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투자자이자 코인베이스 전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발라지 스리니바산(Balaji Srinivasan)이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의 관계에 대해 역설적인 분석을 내놨다. 그는 AI가 가짜를 양산하는 시대에 오히려 블록체인 기술이 ‘진실’을 입증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리니바산은 최근 a16z(안드리센호로위츠) 팟캐스트에 출연해 "AI는 모든 것을 가짜로 만들지만, 암호화폐는 그것을 다시 현실로 되돌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AI 기술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콘텐츠, 데이터, 과학적 사실 모두 위조가 가능해지는 반면, 블록체인의 ‘결정론적’ 구조는 위·변조의 여지를 차단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2년 발생한 FTX 해킹 사건을 들었다. 스리니바산은 “Perplexity 등 최신 AI 모델조차도 사건 개요를 설명할 때 사용한 근거는 결국 온체인(블록체인 상)의 거래 데이터뿐”이라며, "해당 데이터는 조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AI가 아무리 진보하더라도, 실제 발행되지 않은 비트코인(BTC) 주소를 생성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NFT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점이 블록체인의 본질적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콘텐츠 자동 생성 등에서 막대한 효율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검증’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AI는 감시와 검증 분야에서 전례 없는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그때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도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러한 논의와 별개로 ‘AI 코인’에 대한 투자 열기가 급냉했다.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AI 관련 암호화폐들의 시가총액은 2025년 한 해 동안 74% 감소하면서 135억 달러(약 19조 8,450억 원)에서 35억 달러(약 5조 1,450억 원)로 축소됐다. ‘모델-컨텍스트 프로토콜’ 등 새로운 시도가 나타났지만, 수익성과 실효성에 대한 회의가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AI와 블록체인은 모두 미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스리니바산은 이 둘의 결합에 있어 ‘진실성’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이제 “신뢰는 블록체인 위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의 역할’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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