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한때 10만 7,000달러(약 1억 4,047만 원)를 돌파한 이후 다시 10만 5,000달러(약 1억 3,775만 원) 밑으로 떨어지며 반등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고래 투자자와 채굴자들의 대규모 비트코인 이동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한 달간 총 1만 9,500BTC 이상, 약 20억 달러(약 2조 6,200억 원) 상당을 바이낸스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온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CryptoQuant)는 이 같은 이동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뚜렷한 행동 패턴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1,000BTC 이상 대형 트랜잭션이 급증한 점은 기관 투자자나 고래의 매도 성향이 강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최근 일주일간 고래들의 전송 속도는 다소 완화돼, 매도 압력의 정점은 지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는 비트코인 가격 회복에 부담을 주는 외부 요인도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보수적인 통화정책 기조와 규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며, 10만 7,000달러~11만 8,000달러(약 1억 4,047만 원~1억 5,484만 원) 구간에는 장기 보유자의 차익실현 물량이 집중돼 ‘저항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기 보유자 수익률(LTH-SOPR)이 1.6 수준으로 하락한 점도 투자자의 확신 약화를 보여준다.
한편 채굴자들의 거래소 전송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데이터를 보면 11월 이후 7만 1,000BTC(약 9조 3,100억 원) 이상이 바이낸스로 유입됐다. 이는 연간 최대 규모에 해당하며, 10월에는 무려 20만 BTC가 이동했다. 연말 전후 재무조정이라는 계절적 요인 외에도 채굴 보상이 줄어든 현재, 채굴자들이 보유 전략을 보다 유동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크립토퀀트는 이들 대규모 전송이 단순 매도가 아닌 ‘운영 자금 확보’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전력비, 장비 유지비, 신규 채굴 장비 투자 등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파생상품 시장의 거래량 확대는 채굴자들이 보다 융통성 있는 자산 운용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는 평가다.
결국 고래와 채굴자의 대규모 자산 이동은 비트코인 시장에 단기 변동성을 부추길 수 있지만, 반드시 약세 전환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기술적 저항선과 수익 실현 수요가 중첩되는 현 상황에서 상승 모멘텀 확보는 한층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