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15일 일제히 급등했다.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오래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각국의 재정 부담까지 겹치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국채가 오히려 큰 폭의 매도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준으로 통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4.597%로 전장보다 13.8bp(1bp=0.01%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 만기 금리도 4.08%로 9bp 상승했고, 30년 만기 금리는 5.12%로 뛰며 5.1% 선을 넘어섰다. 장기물 금리가 이렇게 높은 수준에 오른 것은 2007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흐름은 투자자들이 채권을 대거 팔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영국에서는 물가 불안에 더해 키어 스타머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채 매도가 강해졌고, 10년물 금리는 한때 5.18%, 30년물 금리는 5.86%를 웃돌았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로존 주요국 금리도 함께 올랐다. 일본도 4월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7%대로 상승해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결국 전쟁에 따른 원유와 가스 가격 상승,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가능성이 세계 채권시장을 동시에 흔든 셈이다.
이번 금리 급등은 미국 통화정책의 향방과도 맞물려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15일부로 연방준비제도 의장 임기를 마쳤고, 미국 연방 상원은 지난 13일 워시 차기 의장 후보자 인준안을 가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연준이 금리를 제때 내리지 않아 경기 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비판해왔지만, 시장 분위기는 대통령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워시 후보자도 인준 청문회에서 금리 정책에 대해 분명한 인하 신호를 주지 않았고, 현재의 물가 환경상 연준이 쉽게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물가 지표는 연준을 더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6.0%로 2022년 이후 가장 높았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3.8%로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아니라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5일 기준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12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을 약 절반으로 봤고, 내년 3월까지는 약 70%, 4월까지는 약 80%로 반영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전쟁발 물가 충격이 길어지고 각국의 재정 건전성 우려가 이어질 경우, 주요국 장기금리 상승과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당분간 세계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