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보다 큰 폭으로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이 예상치를 웃도는 1.7% 증가를 기록한 데다, 반도체 수출이 인공지능 투자 확대 흐름을 타고 빠르게 늘어나면서 연간 성장 경로가 한층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2.5~2.6%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2월만 해도 한국은행은 1분기 성장률을 0.9%로 봤지만, 실제 수치는 그 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왔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잇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 안팎으로 높였고, 민간 전문가들 역시 반도체 중심의 수출 개선과 내수 회복 조짐, 정부 추가경정예산 효과 등을 반영하면 한국은행도 전망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내년 성장률 역시 기존 1.8%보다 다소 높은 1.9~2.0% 수준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전망 상향의 핵심 배경은 반도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1.4% 늘어난 328억3천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서도 3월 경상수지는 373억3천만달러 흑자로 집계돼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새로 썼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과 설비투자, 기업 실적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대표 산업인데, 이번에는 단순한 경기 반등을 넘어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가 겹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성능 메모리와 인공지능용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제한적인 만큼, 시장에서는 이번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도 2천억달러를 넘어 2천600억달러 안팎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성장률이 높아지는 흐름과 별개로 물가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중동 지역 긴장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수입 물가가 국내 소비자물가로 번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5~2.7% 수준으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유가 상승은 휘발유와 경유 같은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 생산비, 외식 가격 등으로 순차적으로 퍼질 수 있는데, 이를 2차 파급효과라고 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현실화하면 물가 압력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결국 한국은행은 성장률 전망은 높이고 물가 전망도 함께 올리는 방향으로 수정 경제전망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과 반도체가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겉으로 드러나는 경기 지표는 양호할 수 있지만, 중동 정세와 유가, 반도체 업황의 지속 여부에 따라 내년 흐름은 다시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한국 경제가 수출 호조를 이어가더라도 물가와 대외 변수 관리가 동시에 중요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