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없이도 유니콘 간다…창업자들, 자금조달 새 판을 짜다

창업자들이 스타트업을 키우는 데 있어 반드시 벤처캐피털(VC)의 자금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과거 VC 투자는 스타트업 성장의 필수 코스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기관 투자자나 고액 자산가들과 자금을 논의하는 방식이 성숙한 경영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급속한 성장을 강요하고, 외형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VC 모델이 모든 스타트업에 맞는 정답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VC는 통상 7~10년짜리 펀드 구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 기간 내 '엑싯(Exit)'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창업자들은 자신의 사업 로드맵이 아닌, 투자자들의 수익 회수 계획에 맞춰 회사를 키워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놓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특히 여러 단계에 걸쳐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유치한 회사일수록, 수백억 원 규모의 매각을 하더라도 실제로 창업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과소할 수 있다. 반면, 투자를 제공한 VC들은 관리 수수료와 수익 분배 구조 덕분에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챙긴다.

오히려, 투자 자금의 원천인 유한책임출자자(LP)나 패밀리 오피스 직접 접근 방식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은 수익 실현에 시간적 제약이 적으며, 긴 호흡으로 기업의 실질 가치를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창업자가 원활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수익 모델을 정립하는 데 더 우호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무분별한 과잉 투자 역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경계해야 할 요소다. 특히 제품-시장 적합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큰 금액을 유치하면, 조직 과잉 확충과 자원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많은 창업자들이 VC로부터 투자를 받은 후 이전보다 더 큰 내부 압박과 정체성을 잃는 경험을 했다고 토로한다. 초기 시장 검증과 고객 확보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의 과잉 자금은 되레 기업 운영에 독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통제권'이야말로 창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VC 자금을 받으면 지분 희석과 함께 이사회 구성, 경영 관련 의사결정 권한까지 외부에 영향력을 빼앗길 수 있다. 반면, Mailchimp처럼 외부 투자 없이 자체 수익 기반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며 12조 원대에 매각한 사례는 희소하지만 분명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신이 믿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싶다면, 독립적 재무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소수의 고액 자산가나 루트가 확실한 LP와 협력하면, 창업자의 미래 전략과 가치를 충분히 공유하고 그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들은 전직 창업가거나 실전 경험이 풍부한 산업 전문가일 확률도 높아, 단순한 자금 제공자 그 이상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결국 투자 전략은 '도구'이며, 모든 스타트업이 VC라는 단일 해답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현재와 미래 성장 전략에 적합한 자금 조달 방식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는 일이다. 차라리 VC 미팅 대신 LP들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게 빠를 수도 있다. 정답은 종종 그 전화기 너머에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