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사이 주식 투자를 위해 빌린 돈이 다시 빠르게 불어나면서, 금리 인상과 시장 조정이 겹칠 경우 이른바 빚투가 주식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5월 2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6조4천724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넘긴 15일의 36조5천675억원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잔고는 26조3천64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시장에서 레버리지 투자 규모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흐름을 보면 지수가 흔들려도 빚투 열기는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코스피는 15일 8,000선에 오른 뒤 20일 7,200선까지 밀렸지만, 반등이 나타나자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다시 늘기 시작했다. 대형 반도체주 쏠림은 더욱 두드러졌다. 삼성전자 신용융자 잔고는 5월 20일 4조682억원으로 처음 4조원을 넘긴 데 이어 22일에는 4조3천404억원까지 증가했다. 21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각각 4조2천751억원, 3조437억원으로 두 종목 합계가 사상 처음 7조원을 넘어섰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키우기 위해 빚을 내는 투자자가 늘지만,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도 배로 커진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빚투의 취약성도 드러나고 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담보 부족을 이유로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데,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코스피가 8,000선을 찍은 뒤 약세를 보인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동안 개인 투자자의 초단기 미수거래에 따른 반대매매 금액은 3천억원을 넘었다. 불안 심리는 변동성 지표에도 반영됐다.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인 브이코스피(VKOSPI)는 22일 66.97로 마감해 4월 말 54.34보다 23.2% 뛰었다. 18일 장중에는 82.23까지 올라 3월 5일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5월 1일부터 22일까지 하루 평균 코스피 일중변동률은 4.323%로, 2008년 10월 이후 17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시장이 특히 경계하는 대목은 금리 방향이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한국과 미국 모두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5월 19일 현지시간 기준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5.20%까지 올라 2007년 7월 이후 약 19년 만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계속 웃돌 경우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영향이 크다. 국내에서도 5월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당장은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인상 신호를 낼 수 있고, 이르면 10월부터 실제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가 오르면 빌린 돈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는 곧 레버리지 투자자의 상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미 빚투 관련 자금 흐름 점검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은 3월 9일 긴급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신용융자와 한도대출 등 관련 흐름을 면밀히 들여다보기로 했고, 3월 11일에는 11개 증권사 담당 임원들에게 투자자 안내와 위험 관리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각이 다소 엇갈린다. 일부는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 특정 증권사의 문제가 시장 전체 변동성 확대로 번질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현재 빚투 규모가 시가총액에 비하면 아직 감당 가능한 수준이고, 증시 상승도 기업 실적과 산업 경쟁력 같은 기초여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금리와 중동 정세, 유가 흐름 같은 대외 변수가 여전히 큰 만큼,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시장이 한 번 더 크게 흔들릴 때 빚투 위험이 얼마나 빠르게 현실화하는지를 가늠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