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품은 사이버보안, 상반기 투자 13조 돌파…IPO는 '제자리'

사이버보안 시장이 다시 한 번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 상반기에만 글로벌 사이버보안 및 프라이버시 스타트업에 유입된 자금은 94억 달러(약 13조 5,000억 원)에 달해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투자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2분기에는 총 49억 달러(약 7조 1,000억 원)가 몰리며 분기별 기준으로도 정점을 찍었다.

투자 증가의 핵심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보안 스타트업들이다. 대표적으로 뉴욕에 본사를 둔 사이에라(Cyera)는 6월 대규모 시리즈 E 투자 라운드를 통해 5억 4,000만 달러(약 7,800억 원)를 유치했으며, 기업가치는 60억 달러(약 8조 6,000억 원)에 달했다. 이번 라운드는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그리녹스, 조지안 등이 공동 주도했다.

이와 함께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 보안 플랫폼 기업 카토 네트웍스(Cato Networks)는 같은 달 3억 5,900만 달러(약 5,200억 원)의 시리즈 G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액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넘어섰다. 기업가치 또한 48억 달러(약 6조 9,000억 원)를 돌파하며 성장세를 입증했다.

2분기 중 사이버보안 및 프라이버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1억 달러(약 1,440억 원) 이상 규모의 투자 라운드는 최소 11건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투자 열기와 달리 인수합병(M&A) 및 기업공개(IPO)는 다소 침체된 양상을 보였다.

IPO 측면에서는 지난 분기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벤처 지원을 받은 기업의 신규 상장은 전무했다. M&A 거래에서도 구체적인 금액이 공개된 대형 딜은 드물었지만, 전략적 인수가 이어졌다. 덴버 기반의 클라우드 보안업체 레드 카나리(Red Canary)가 지스케일러(Zscaler)에, 샌프란시스코의 신원 인증 플랫폼 트루워크(TrueWork)가 체크(Chcekr)에, AI 보안솔루션 개발사 프로텍트AI(Protect AI)가 팔로알토 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에 각각 매각됐다. 이들은 각각 약 1억 달러 이상 규모의 벤처 투자를 받은 중후기 단계 스타트업이었다.

사이버보안 투자의 중심에는 단연 AI가 있었다. 데이터 분류와 위협 탐지를 자동화하는 AI 기반 엔진을 보유한 사이에라를 비롯해, AI 기술 접목을 강조하는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집중적으로 유치한 점은 향후 시장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글로벌 벤처 투자가 점차 대형 자금 위주로 재편되는 가운데, AI가 결합된 사이버보안은 투자자들의 선호 섹터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높은 투자액과 대비해 스타트업의 엑시트 경로가 제한적인 점은 향후 시장의 지속성장을 위한 과제로 남는다.

결국 사이버보안 분야가 현 투자 열기를 장기적인 성과로 연결짓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IPO 사례나 대형 인수합병 건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