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오케스트레이션이 개발의 핵심으로… 차세대 지능형 시스템은 설계력이 승부처

| 김민준 기자

AI 기술이 단일 모델의 능력을 넘어 다수의 전문가형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면서, 이들을 원활히 조율하는 시스템 설계가 인공지능 분야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뛰어난 개별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오케스트레이션’이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대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각기 다른 목적과 작업을 담당하는 에이전트들이 모여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작동한다. 예컨대 데이터 분석, 고객 대응, 물류 관리 같은 역할을 맡은 AI들이 서로 협업해야 효과적인 결과물이 탄생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들 에이전트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때로는 비동기적으로 반응하거나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복잡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시스템 신뢰성과 확장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명확한 아키텍처 설계 전략이 필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인 구조는 ‘지휘자’ 형태의 중앙집중식 모델과 ‘재즈밴드’식의 분산 협업형이 있다. 전자는 핵심 오케스트레이터가 각 에이전트의 실행을 통제해 작업 흐름을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 반면 후자는 개별 에이전트들이 공동의 규칙과 신호를 공유하며 자율적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유연하고 확장성이 뛰어나다. 실제 환경에서는 이 둘을 절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많이 쓰인다.

AI 에이전트 간의 공동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공통 인식’ 즉, 공유 상태 설계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중앙 지식 저장소, 분산 캐시, 이벤트 기반 메시징 등 다양한 방식이 활용된다. 각 방식마다 일관성, 속도, 확장성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달라지기 때문에 비즈니스 요구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다.

에이전트가 실패하는 상황에 대비한 설계도 불가피하다. 감시 체계를 통해 비정상 행위를 조기에 탐지하고, 실패 시 재시도 전략과 롤백 처리(보상 트랜잭션)를 체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시스템의 복원력을 결정짓는다. 여기에 분산 환경에서의 상태 지속성과 체크포인트 기록은 복구 시간을 단축하고 전체 서비스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시스템 전체의 작업 완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업무 실행 방식 또한 필요하다. 분산 트랜잭션에 유사한 방식인 사가(Saga) 패턴, 변경 내역을 순차 기록하는 이벤트소싱, 그리고 복수 에이전트의 합의를 유도하는 컨센서스 알고리즘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감사나 중간 상태 검증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치명적인 오류를 방지하는 데 결정적이다.

기반 인프라도 성공적인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 운영의 핵심이다. 메시지 큐(예: Kafka), 지식 스토어(DB), 관측 도구(로그, 추적), 에이전트 레지스트리, 그리고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 도구(Kubernetes)가 갖춰져야 한다. 이 기반이 제대로 갖춰져야만 다양한 에이전트가 효과적으로 찾고, 소통하고, 확장할 수 있다.

에이전트 간의 통신도 시스템 성능과 구조적 유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통적인 REST API뿐 아니라 고성능 gRPC, 메시지 브로커 기반 프로토콜, 직접 RPC 호출 등 다양한 프로토콜이 상황에 맞게 쓰인다. 요청/응답인지, 방송형 이벤트인지에 따라 최적의 선택이 달라진다.

요컨대, 신뢰할 수 있는 다중 AI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설계’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체계적인 상호작용 관리, 공유 지식 기반 구축, 오류 대응 전략, 일관된 작업 흐름, 견고한 인프라 위에서만 진정한 기업용 AI 시스템이 가능해진다. 기술의 정교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연결하고 안정화하는 설계의 정교함이다. AI 시대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다음 과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