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에서의 프라이버시 기능이 너무 복잡해 사용자들이 여전히 보안보다 편의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가상자산 프라이버시는 기술적 장벽과 복잡한 사용자 경험 탓에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여전히 실현되지 못한 기능으로 남아 있다. 알레프제로(Aleph Zero) 공동창업자 아담 가골(Adam Gągol)은 기고문을 통해 '프라이버시가 작동하려면 단순해야 하며, 단순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보안을 희생하고 편의성을 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지갑은 프라이버시 기능을 기본 제공하지 않으며, 제공하더라도 전문 용어와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해 웹2 환경에 익숙한 일반 사용자들이 진입하기 어렵다. 단순한 토큰 전송이나 개인키 관리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여기에 프라이버시 기능까지 복잡하게 얹히면 사용자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불편함은 사용자로 하여금 중앙화 거래소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스탠퍼드대학교의 BJ 포그(BJ Fogg)가 제시한 행동모델(Fogg Behavior Model)에 따르면, 행동이 발생하려면 동기, 능력, 자극 세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용해야 한다. 사용자는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지만, 기술적 능력이 부족하거나 실행 절차가 복잡할 경우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는 많은 사용자가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래 데이터가 기록되고 공유되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이유로 설명된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프라이버시 솔루션의 분절성이다. 체인마다 다른 방식의 보호가 적용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각 체인별로 별도 툴을 익히고 적용해야 한다. 이에 대해 가골은 자사가 개발 중인 '커먼(Common)' 플랫폼이 다중체인에서 프라이버시 기능을 통합 제공하는 방식을 제시했지만, 이는 여전히 예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프라이버시는 체인에 구애받지 않는 통합 인터페이스로 제공되어야 하며, 그래야만 사용자가 기술 배경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 프라이버시는 전통 금융에서는 오랫동안 기본 기능으로 제공되어 왔다. 가골은 '은행 간 송금은 공개되지 않지만, 블록체인에서는 누구나 거래내역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라고 표현하며, 이러한 격차가 암호화폐 채택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Z세대는 개인 정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데 익숙하면서도, 금융 정보에 대한 기본적인 사생활 보호는 당연히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 부재는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가상자산 산업이 대중 채택을 실현하려면, 프라이버시 문제를 기술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일상 사용자 수준에서 접근 가능하도록 단순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앙화 시스템으로의 회귀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