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암호화폐 업계 인사 노린 연쇄 납치… 몸값만 100억 원

| 김민준 기자

프랑스 경찰이 최근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을 노린 납치 사건과 관련해 12명 이상의 용의자를 체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으며, 피의자들은 납치·납치미수·범죄단체 구성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현지 유력지 르파리지앵(Le Parisien)은 이번 사건이 조직범죄와 연관돼 있다고 보도하며,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청소년 모집 정황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당국이 수사 중인 두 건의 고위급 납치 사건 중 하나는 지난 5월 13일 파리 시내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사건의 표적은 프랑스 암호화폐 거래소 페이미엄(Paymium)의 공동 창업자 피에르 노이자(Pierre Noizat)의 딸과 손자였다. 3명의 남성이 이들을 납치하려 시도했지만, 노이자의 딸이 적극 저항하고 시민들이 개입하면서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이 장면은 행인들의 카메라에 의해 촬영됐으며, 현재 인터넷 상에서도 확산 중이다.

또 다른 납치 사건은 이보다 앞선 5월 초 일어났다. 암호화폐 마케팅 기업가의 부친이 납치돼 500만~700만 유로(약 73억 5,000만~103억 원) 규모의 몸값이 요구된 사건이다. 프랑스 경찰은 해당 인사를 구조했고, 최소 6명이 이 사건과 관련돼 구속됐다.

이 같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에는 하드웨어 지갑 제조사인 레저(Ledger)의 공동 창업자 다비드 바랑(David Balland)이 자택에서 납치됐다가 며칠 뒤 경찰에 의해 무사히 구출된 바 있다. 당시 납치범들은 암호화폐를 몸값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잇단 사건에 프랑스 당국은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달 초 브루노 르테이오(Bruno Retailleau)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과 그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적인 보안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CEO들은 이제 개인 경호 인력까지 고용하며 신변 보호에 나서고 있다.

사이버펑크 운동의 중심 인물로 알려진 카사(Casa) 공동 창업자 제임슨 롭(Jameson Lopp)이 운영하는 깃허브 페이지에 따르면, 올해 프랑스에서 암호화폐 몸값을 요구한 범죄는 총 6건 발생했으며, 이 중 절반은 파리에서 일어났다. 암호화폐의 확산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위협도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