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제조업 부활 전략에 '임금 장벽'…3조 달러 투자에도 회복 난망

| 김민준 기자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임금 문제가 이중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웰스파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대하겠다는 정책적 목표가 현실적인 인력 수급과 경제성의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며, 미국 근로자의 임금 구조 자체가 제조업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 내 실업자 수는 약 720만 명으로, 실업률은 4.2% 수준이다. 하지만 제조업이 1979년 수준으로 회복돼 전체 고용의 22%를 차지하려면 약 2,200만 명의 추가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실업 인구를 전환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수치로, 노동 공급이 근본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핵심 문제는 임금이다. 제조업 임금은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지나치게 높고, 미국 내 다른 산업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낮다.

국제적으로 보면, 미국 제조업 근로자는 베트남 근로자보다 16배, 멕시코보다 11배, 중국보다 7배 많은 임금을 받는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공장을 신설하려는 기업은 필연적으로 자동화에 큰 자금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웰스파고는 1979년 이후 사라진 약 670만 개 제조업 일자리를 되살리기 위해 약 3조 달러(약 4,320조 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구조적 한계로 인해 미국은 가격경쟁력보다 기술 기반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지로서의 역할에 더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장에서 벌어진 실험은 이러한 격차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샤워기 제조업체 아피나는 동일 제품을 중국과 베트남 제조 라인에서 만들고 129달러에 판매한 반면, 미국에서 동일 모델을 최소 가격으로 생산해 239달러에 제시했다. 총 584건의 구매 중 미국산 제품은 단 한 건도 팔리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자국 생산 제품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길 꺼리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한편, 제조업 종사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다른 민간 부문 대비 90% 수준이다. 이로 인해 제조업계는 안정적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동일한 기술을 요구하는 건설업 등 타 산업에 인력이 유입되는 현상도 뚜렷하다. 딜로이트와 제조업협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용접공, 전기기술자 등 기술 기반 직종에서 인력 부족을 가장 크게 호소하고 있다.

결국 1970년대의 제조업 전성기는 돌아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절과 달리 오늘날 제조업은 고숙련 기술과 정보기술 역량, 협업과 리더십 같은 소프트 스킬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웰스파고는 향후 10년간 이런 고도화된 역량 없이 경쟁력을 갖추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공장 유턴 전략은 분명한 산업정책이지만, 임금 수준과 노동 시장 구조의 복합적인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제조업 부흥은 현실이 아닌 수사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