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송 관련 구두변론 심리에서 암호화폐의 증권 여부는 또다시 당국과 업계 간 법정 공방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2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증권당국은 작년 6월 5일 바이낸스가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했으며 거래소는 이에 대한 소송 기각을 요청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SEC-코인베이스 소송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증권' 여부와 SEC 규제 적절성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오는 만큼 암호화폐 규제 지형을 규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국은 거래소가 미등록 증권의 거래를 지원했을 뿐 아니라 거래량 조작, 고객 자금 전용, 미국 사용자의 플랫폼 접근 허용, 시장 감시통제 기능에 대한 투자자 오도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고 고발하고 있다.
바이낸스-SEC 소송 구두변론 심리는 19일 예정됐다가 기상악화로 연기돼 이날 미국 컬럼비아 특별구 지방법원에서 진행됐다. 이번 법정 다툼은 다른 SEC-암호화폐 기업 간 소송과 마찬가지로 거래소 취급 자산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는 만큼 암호화폐 증권 간주 및 SEC 규제 적용의 근거를 묻는 여러 질문이 오갔다.
바이낸스 변호사 측은 SEC가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피함으로써 암호화폐 기업에 대해 모순적인 규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변호사는 "SEC는 암호화폐 기업에 '들어와 등록하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문을 닫아 규제를 이행할 경로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SEC 측은 수년에 걸쳐 발표한 지침을 인용하며 기관이 모순된 방식으로 규제 접근했다는 거래소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암호화폐와 모든 자산에 대한 증권성 판단 기준인 '하위 테스트(Howey Test)'는 명확하며, 규제기관이 특별히 기업에 연락해 증권법 위반 가능성을 상기시킬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바이낸스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홍보하고 BNB, BUSD 토큰을 발행해 구매자들에게 수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바이낸스 변호사 측은 "모든 기업은 스스로 홍보한다"면서 홍보한다는 사실 자체가 증권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구두변론에서는 유통시장에서의 토큰 판매와 1차 발행에서의 토큰 판매가 동등하게 취급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거래소 측은 "바이낸스에서 이루어지는 2차 판매는 '자금을 모아 공동기업에 투자한다'는 하위 테스트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SEC는 "토큰이 증권성을 가진다면 판매 유형과 관련 없이 증권성을 가진다"는 입장을 내놨다.
증권당국은 "블록체인 토큰을 위한 2차 시장 창출은 토큰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조치"라면서 "구매자들은 이를 알고 있고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바이낸스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BUSD를 증권으로 간주해야 한다"면서 "바이낸스에서 사용자는 BUSD를 포함한 자산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거래소 서비스와 패키지 판매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12월 일부 승소했던 테라폼랩스 약식판결을 언급하며 해당 사건 담당 판사가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의 주요 사용 사례가 앵커 프로토콜을 통한 수익률 획득이었기 때문에 투자계약에 해당한다는 SEC 의견을 받아들였음을 전달했다.
바이낸스는 정치경제적으로 중대한 사안은 규제기관이 아니라 의회가 결정해야 한다는 '주요질문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을 이번 사건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측은 "법원이 SEC의 손을 들어준다면 SEC는 가치가 상승하는 모든 자산으로 권한을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사건을 담당한 에이미 버먼 잭슨 판사는 양측 의견을 저울질하면서도 확정적인 입장을 드러내진 않았다.
자산이 '증권'에 해당하려면 실제 계약이 수반돼야 한다는 바이낸스 주장에 대해 "판례에 따라 광범위하게 적용되도록 설계된 법령"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SEC에는 "모든 디지털 자산이 증권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면서 "증권의 '경계'는 어디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판사는 "자문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겠다"면서 "암호화폐 증권 간주 여부에 대해 판단한 후 해당 소송에 대한 기각을 결정하겠다"며 심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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