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31일 코스피가 10% 넘게 치솟으면서 최근 사흘간 이어진 급락 충격에서 일단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반도체 대형주와 고위험 상품에 거래가 집중된 탓에 시장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큰 상태다.
이날 오전 11시 34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798.81포인트, 14.28% 오른 6,392.37에 거래됐다. 4거래일 만의 반등이다. 앞서 코스피는 7월 28일 10.84% 급락한 데 이어 29일 5.98%, 30일 1.23% 하락해 사흘 동안 누적 낙폭이 17%에 달했다. 이번 급등은 그만큼 낙폭이 컸던 데 따른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이 크게 오르며 투자 심리가 되살아난 점도 영향을 줬다.
간밤 미국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인공지능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일부 덜어냈고, 주가는 15.51% 상승했다. 이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8.19% 올랐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곧바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로 번졌고, 같은 시각 삼성전자는 20.4%,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4.5% 급등했다. 두 종목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이르는 만큼, 이들의 급등락은 지수 전체를 크게 흔들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시장은 일별 등락 폭이 이례적으로 커졌다. 이날을 제외한 7월 21거래일 가운데 코스피가 종가 기준 3% 이상 움직인 날은 13거래일이었고, 5% 이상 등락한 날은 9거래일, 8% 이상 움직인 날도 2거래일이었다. 시장안전장치 발동 횟수도 급증했다. 28일과 29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31일에는 반대로 양 시장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함께 걸렸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 사이드카는 총 44회, 코스닥 시장은 28회 발동됐다. 주가가 급변할 때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도 7월 코스피에서만 4회 발동됐는데, 이는 역대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 15회 가운데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변동성 확대의 배경으로 5월 27일 처음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 즉 특정 한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따라가거나 반대로 추종하는 상품을 지목한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이 상품들은 개인 자금이 반도체 대표주에 과도하게 몰리게 만들었고, 주가가 오를 때도 내릴 때도 변동 폭을 더 키우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사흘 급락장에서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는 각각 34%대, 49%대 하락했고, 이날 급반등 국면에서는 다시 37%, 43% 넘게 뛰었다.
금융당국은 이런 쏠림 현상을 줄이기 위해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의 거래 규제를 강화했다. 기본예탁금은 기존 1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올렸고, 예탁금 계산 때 시가의 70%까지 인정하던 주식·상장지수펀드·채권 등 대용증권도 제외했다. 투자자가 더 많은 현금을 직접 마련해야 거래할 수 있게 바꾼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개인 자금의 과도한 집중을 완화하고 코스피 내 다른 업종으로 순환매, 즉 종목군을 옮겨 다니는 매수 흐름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반도체 대형주 의존도가 얼마나 낮아지고, 규제 강화가 실제로 투기성 거래를 줄이느냐에 따라 국내 증시의 변동성 완화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