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AI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방침 변경을 통해 기술 수출을 유연화하고, 미국 인공지능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종전 AI 반도체 수출 규제는 ‘AI 확산 규칙(AI Diffusion Rule)’이라는 명칭으로, AI 기술이 중국 등 ‘신뢰받지 않는 국가’로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규칙은 기술업계 전반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엔비디아(NVDA)는 이를 두고 “전례 없는 조치”이며 “잘못된 방향”이라고 비판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오라클(ORCL) 역시 해외 비즈니스 기회를 저해할 뿐 실질적 효과는 미미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상무부는 이번 조치의 취지를 "AI 규제를 단순화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복잡한 3단계 수출 구분 체계를 폐기하고, 국가별 협상 기반의 협정과 글로벌 라이선싱 체계 도입을 고려 중이다. 즉, 각국이 미국과의 교역 혜택을 얻기 위해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수용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예고된 셈이다.
이 같은 정책 선회는 엔비디아와 미국 반도체 산업 전체에 긍정적 흐름을 가져왔다.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3% 상승했다가 이후 일부 반납하며 0.7%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중국향 수출 제한으로 인해 55억 달러(약 7조 9,000억 원) 규모의 손실 충당금을 책정한 바 있지만, 향후 규제 완화 속도에 따라 수출 확대 가능성이 다시 부상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성명을 통해 “AI 확산 규칙 철회는 미국이 차세대 산업혁명을 주도할 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며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 공급망 강화, 무역 적자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AI 반도체 수출 규제는 오는 5월 15일 시행 예정이었으나, 현 정부는 이 정책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현실 적용이 어려워 사실상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1단계 수출 허용국 17개국, 제한부과국 120개국, 전면 차단 국가에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이 포함돼 있었다.
앞으로는 테크 산업과 지정학 리스크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새로운 정책 수립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술 통제에 있어 ‘무조건 차단’보다는 ‘공정 경쟁’과 ‘전략적 개방’을 통한 영향력 확대에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