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기반 토큰화 시장에 ‘투명성’을 앞세운 신규 경쟁자가 등장했다. 서클이 ERC-20 형태의 ‘cirBTC’를 출시하며 기존 래핑 비트코인 시장 구조에 변화를 예고했다.
8일(현지시간) 기준, 서클은 이더리움 메인넷에서 cirBTC를 정식 출시했다. 이 토큰은 비트코인을 1:1로 담보로 발행되며, 기관 투자자, OTC 데스크, 마켓 메이커, 디파이 프로토콜 등 기업 중심 참여자들을 주요 대상으로 설계됐다. 비트코인을 직접 매도하지 않고도 이더리움 기반 스마트컨트랙트 생태계에서 담보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시장은 비트고(BitGo)의 래핑 비트코인(WBTC)이 약 85% 점유율과 약 80억~90억 달러(약 12조~13조6000억 원) 규모를 차지하며 지배하고 있다. 여기에 코인베이스가 발행한 cbBTC가 약 59억 달러(약 8조9500억 원) 수준으로 뒤를 잇고 있다. 서클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USDC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이 경쟁 구도에 본격 진입했다.
cirBTC의 가장 큰 특징은 ‘실시간 온체인 준비금 검증’이다. 체인링크(LINK)의 ‘Proof of Reserve’를 활용해 발행된 모든 cirBTC는 실제 비트코인으로 1:1 담보되며, 해당 준비금은 비트코인 블록체인 상 지갑 주소를 통해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기존 WBTC 구조와 차별화된다. WBTC는 수탁사 비트고가 준비금을 관리하며 지갑 주소를 공개하지만, 최종 검증은 중앙화된 관리 구조와 감사 주기에 의존한다. 반면 cirBTC는 별도의 외부 감사 대기 없이 온체인 데이터로 즉시 검증이 가능하다.
서클은 이 구조를 통해 과거 렌BTC(RenBTC) 정리 과정이나 브리지 투명성 문제에서 드러난 ‘신뢰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준비금 검증이 ‘감사 시점’이 아닌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또한 비트코인 자산은 서클 기업 자산과 분리 보관되며, 발행·상환은 기관용 유동성 플랫폼 ‘서클 민트(Circle Mint)’를 통해 처리된다. USDC 결제 인프라를 그대로 확장해 활용하는 구조다.
2026년 2분기 기준 토큰화된 비트코인 시장 규모는 약 150억~200억 달러(약 22조7000억~30조3000억 원)로, 전체 비트코인 시가총액 대비 2% 미만에 불과하다.
겉으로는 제한된 규모처럼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성장 여력’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2024년 이후 기관 투자자들의 온체인 기반 비트코인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고, 실제 자금은 대부분 규제 친화적이고 신뢰 가능한 래핑 상품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WBTC는 약 11만9000개 이상이 유통되며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cbBTC는 출시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거래소 기반 래핑 상품들이 일부 점유율을 나눠 가진 구조다.
서클의 진입이 단기간 시장 판도를 바꾸지는 않겠지만, 기존 거래소 중심 구조와 다른 ‘중립성’은 의미 있는 변수로 평가된다. 서클은 자체 거래소나 디파이 프로토콜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기관 입장에서는 유동성 제공 과정에서 정보 노출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결국 cirBTC는 ‘투명성’과 ‘중립성’을 앞세워 기관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토큰화 비트코인 시장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신뢰 구조를 둘러싼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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