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투자자가 암호화폐 연애 사기를 당한 뒤, 관련 송금을 처리한 은행들을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주요 은행들이 경고 신호를 무시하고 범죄를 방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출된 고소장에 따르면, 마이클 지델(Michael Zidell)은 이스트웨스트은행(East West Bank)과 캐세이은행(Cathay Bank)을 상대로 업무 태만에 따른 책임을 물었다. 그는 두 은행이 자금세탁 방지 의무 등 법적 책임을 외면한 채 부주의하게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지델은 이스트웨스트은행의 한 계좌로 총 18회에 걸쳐 약 700만 달러(약 97억 3,000만 원)를 이체했고, 캐세이은행 계좌로는 13회에 걸쳐 970만 달러(약 1억 3,483만 원) 이상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계좌들은 모두 사기 단체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지난 6월 24일 시티은행(Citibank)을 상대로 제기된 별도 소송에 이어 두 번째다. 지델은 당시 시티은행도 사기 거래와 관련된 12건, 약 400만 달러(약 55억 6,000만 원) 상당의 이체가 이뤄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싱, 허위 투자 권유, 연애 감정을 노린 접근 등의 요소가 결합된 일명 ‘피그 부처링(Pig Butchering)’ 방식의 사기 피해자다. 지델에 따르면, 2023년 초 페이스북을 통해 '캐럴린 파커(Carolyn Parker)'라는 여성 사업가의 접근을 받고 교제 관계를 맺었다. 한 달 뒤 파커는 자신이 NFT 투자로 수백만 달러를 벌었다며 지델에게 같은 플랫폼을 통해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이후 지델은 플랫폼 측 지시에 따라 여러 은행 계좌로 반복 송금을 했으며, 총 43회에 걸쳐 2,000만 달러(약 278억 원) 이상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플랫폼은 고객이 많아 자금을 분산 처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복수의 은행 계좌를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코인텔레그래프는 이스트웨스트은행과 캐세이은행의 모회사인 캐세이제너럴뱅콥(Cathay General Bancorp)에 사건 관련 공식 입장을 요청한 상태다. 현재 해당 은행들은 공식적인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