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신규 관세 조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관세로 인해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소비자 대다수가 10% 이상의 부담은 감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특히 세대별로 대응 전략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관세가 실제 생활비와 소비패턴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ESW의 최신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이 관세로 인해 각종 제품 가격이 오를 경우, 최대 10% 이상 가격 상승은 감내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설문 참여자의 70%는 관세 여파가 본격화되면 전체 소비 지출 자체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대해 90일간 신규 고율 관세의 부과를 유예한 직후 발표된 것으로, 무역 정책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가장 강한 반응을 보인 세대는 Z세대(18~29세)와 밀레니얼 세대(30~44세)였다. 전체 응답자 중 이들 세대는 전자제품과 식료품 등을 미리 대량 구매하거나, ‘선구매 후지불(BNPL)’ 서비스를 통해 가격 인상 이전에 소비를 완료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반면, 베이비부머 세대(60세 이상)는 수입제품 자체의 구입을 줄이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ESW의 최고경영자 에릭 아이히만은 “가격 인상에 대비해 지출을 줄이거나 소비 전략을 바꾸는 건 주로 젊은 소비자층”이라며 “특히 Z세대는 이미 관세 영향을 현실적인 가계 부담으로 체감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분석했다.
구매 항목별로도 차별화된 반응을 보였다. 전자제품과 의류, 가정용품은 가장 먼저 절약 대상 목록에 올랐다. 반면 식료품과 반려동물 용품은 가격 인상과 무관하게 계속 구매하겠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는 소비자들이 필수 소비와 선택적 소비를 명확히 구분해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편 토론을 불러온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는 미국 제조업 보호와 세수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장기적으로 시장과 기업 실적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무디스 이코노미스트 맷 콜야는 “당장은 가격 인상 폭이 제한적일 수 있으나, 기업들이 결국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관세 정책이 소비시장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선 앞으로 수개월간의 소비 동향과 재정정책, 기업의 가격 방어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전망이다. 이번 설문 결과는 미국 서민 경제가 겉보기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글로벌 무역 정책의 변동성에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