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높은 수준을 이어가자 한국 외환당국이 이번 주 미국을 찾아 환율 안정과 대미 투자 일정을 함께 조율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차관보는 오는 12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재무부 고위 인사와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최근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뤄진다. 환율이 1,500원대에 머문다는 것은 원화로 같은 1달러를 사는 데 드는 비용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으로, 수입 물가와 기업 비용, 금융시장 불안 심리를 함께 자극할 수 있는 구간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 안팎에서는 문 차관보가 최근 외환시장 흐름을 설명하고 양국 간 환율 안정 협력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최근 원화 약세를 사실상 방치하지 않고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설명하는 데도 이번 접촉의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환정책은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신뢰가 중요한 분야여서, 시장 개입의 배경과 정책 의도를 사전에 충분히 소통하는 일 자체가 금융시장 변동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회동에서는 오는 18일 시행을 앞둔 한미전략투자특별법과 맞물린 대미 직접 투자 문제도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관세 협상 과정에서 발표한 공동 설명자료를 통해 ‘외환시장 안정’을 명시한 바 있다. 당시 합의에는 한국의 2천억 달러 규모 대미 직접 투자와 관련해 한국 외환시장 불안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상호 이해, 그리고 어느 특정 연도에도 연간 200억 달러를 넘는 자금 조달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대규모 해외 투자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환율을 더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양국이 함께 의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최근의 고환율 여건을 감안해 대미 투자 집행 시기나 자금 조달 속도를 미국 측과 조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 불안이 길어질수록 수입물가와 물가 전반, 기업 채산성, 투자 심리에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당국은 외환시장 안정과 통상·투자 현안을 분리하지 않고 함께 관리하려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환율 수준 자체보다 변동성을 낮추는 방향의 한미 공조와, 대규모 해외 투자 일정을 시장 여건에 맞춰 세밀하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