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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체인분석] 토요일 새벽에 삼성전자를 산다 — '주식 Perp'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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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낸스·하이퍼리퀴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무기한 선물' 24시간 상장
- 만기도, 주식 보유도 없이 주가를 추종하는 법… 그 비밀은 '펀딩 비율'

 [온체인분석] 토요일 새벽에 삼성전자를 산다 — '주식 Perp'의 정체

엔비디아 실적이 미국 장 마감 직후 발표된다. 한국 증시는 이미 닫혀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주는 월요일 오전 9시 개장까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누군가는 토요일 새벽에도 삼성전자 가격에 포지션을 잡고 있다. 무대는 한국거래소(KRX)가 아니라 가상자산 거래소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6월 초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현대차(005380)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한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이하 Perp)'을 상장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이 상품은 24시간, 주말 구분 없이, 최대 20배 레버리지로 거래된다. 탈중앙화 거래소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에서도 'HIP-3' 시장을 통해 같은 종목과 코스피200 지수가 24시간 거래되고 있다. 한국 대표주가 사실상 '코인판'에 상장된 셈이다.

투자자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도대체 Perp이 무엇인가. 만기도 없고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삼성전자 '주가'를 따라간다는 것인가.

마침 이 질문에 가장 정밀하게 답하는 학술 연구가 있다. 워싱턴대(세인트루이스) 송런 허(Songrun He)와 아사프 마넬라(Asaf Manela), 코펜하겐대 연구진이 쓴 「무기한 선물의 펀더멘털(Fundamentals of Perpetual Futures)」이다. 이 논문은 Perp이라는 파생상품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디서 가격이 어긋나며, 그 틈을 어떻게 차익거래로 메우는지를 이론과 데이터로 규명했다. 한국 주식 Perp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는 데 이만한 지도가 없다.

바이낸스 한국 삼성전자 주식 Perp 거래 화면 (자료=바이낸스)

Perp, '만기가 없는 선물'

일반적인 선물(futures)에는 만기가 있다. 만기일이 되면 선물 가격은 기초자산의 현물 가격으로 수렴하도록 설계돼 있다. 만기라는 '강제 정산일'이 있기에, 선물 가격이 현물에서 벌어지면 만기까지 보유해 그 차이를 이익으로 확정하는 차익거래가 성립한다.

Perp은 이 만기를 없앤 상품이다. 논문의 정의를 빌리면, Perp은 매수(롱)와 매도(숏) 양측이 만기 없이 맺는 일종의 스왑 계약이다. 포지션 진입에 별도 비용이 없고, 양측은 언제든 청산할 수 있으며, 손익은 시세에 따라 실시간으로 증거금 계좌에 반영된다. 투자자는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롤오버(만기 연장) 없이, 레버리지를 얹은 가격 노출을 얻는다.

만기가 없다는 점은 거래 편의를 크게 높인다. 만기가 다른 여러 계약이 난립하지 않으므로 유동성이 한 계약에 집중되고, 포지션을 굴려 넘길 필요도 없으며,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Perp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하루 1,000억 달러 넘는 거래대금을 일으키며 가장 인기 있는 파생상품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그런데 바로 이 '만기 없음'이 근본적인 문제를 낳는다. 만기가 없으니 가격이 현물로 수렴하도록 강제하는 정산일도 없다. 논문이 짚는 핵심이 여기에 있다. Perp 가격은 어느 시점에도 현물 가격으로 수렴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Perp 가격을 현물에 붙들어 두는가.

가격을 붙드는 끈, '펀딩 비율'

그 끈이 바로 펀딩 비율(funding rate)이다.

작동 원리는 이렇다. Perp 가격이 현물보다 높으면(프리미엄) 펀딩 비율은 양(+)이 되고, 롱 포지션 보유자가 숏 보유자에게 일정 비율의 현금을 지급한다. 바이낸스 기준 8시간마다 정산된다. 롱을 들고 있으면 비용이 발생하니, 시장에는 비싼 Perp을 팔고(숏) 현물을 사서 가격 차이를 좁히려는 유인이 생긴다. 반대로 Perp이 현물보다 싸면 펀딩 비율은 음(−)이 되고, 숏이 롱에게 지급한다. 이 메커니즘이 Perp 가격을 끊임없이 현물 쪽으로 끌어당긴다.

논문은 바이낸스가 실제로 쓰는 펀딩 공식의 한 가지 중요한 장치를 정밀하게 다룬다. 바로 클램프(clamp)다. Perp과 현물의 괴리가 작을 때는 펀딩 비율이 8시간당 0.01% 안팎의 작은 고정값에 머문다. 시장이 평온하면 펀딩 부담이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괴리가 일정 폭(±0.05%)을 넘어서면 클램프가 풀리면서 펀딩 비율이 괴리에 비례해 가파르게 커진다. 가격이 크게 벌어질수록 수렴을 유도하는 보상도 커지는 구조다.

논문은 마찰 없는 시장에서 Perp의 무차익 가격이 현물에 일정 비율을 곱한 값(F = λS)으로 결정되며, 그 비율이 이자율과 펀딩 메커니즘의 상호작용으로 정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직관적으로, 현금을 빌려 현물을 사는 비용(이자율)이 클수록, 그리고 Perp을 매도해 받는 보상(펀딩)이 작을수록, Perp과 현물의 균형 격차는 커진다.

한국 주식 Perp의 '괴리율'이 보내는 신호

여기까지 이해하면, 최근 한국 트레이더들이 주목하는 '괴리율'의 정체가 드러난다.

야간·주말 모니터링 사이트들은 하이퍼리퀴드 Perp 가격(원화 환산)과 KRX 또는 넥스트레이드(NXT) 시세의 차이를 백분율로 보여준다. 양수면 Perp이 한국보다 비싸다는(프리미엄) 뜻이고, 음수면 디스카운트다. 이 괴리율이 바로 논문이 'ρ(로)'로 표기한 무차익 가격 대비 선물-현물 편차와 정확히 같은 개념이다.

한국 정규장(09:00~15:30)이 닫히면 현물 가격은 사실상 고정된다. NXT 애프터마켓(15:40~20:00)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알려진 한국 가격'이 다음 날 개장까지 멈춰 있다. 반면 Perp은 글로벌 매수·매도 압력을 받으며 24시간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래서 휴장 중 글로벌 수급이 한쪽으로 쏠리면 ±5% 안팎의 괴리가 흔히 벌어지고, 다음 날 KRX 개장과 함께 빠르게 수렴한다. 한국 트레이더들이 이 괴리율을 '다음 날 시가의 방향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활용하는 이유다.

여기에 주식 Perp만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 가상자산은 현물이 24시간 거래되지만, 주식은 현물 시장이 정규장에만 열린다. 휴장 동안 Perp을 현물에 붙들어 두는 끈은 오직 펀딩 비율뿐이고, '진짜 수렴'은 다음 개장 때 비로소 검증된다. 논문의 표현을 빌리면, 휴장 중 벌어진 괴리는 개장이라는 '준(準)만기'에서 정산되는 셈이다. 가상자산 Perp보다 오히려 전통적 선물의 만기 수렴에 가까운 성격을 띤다.

차익거래는 '공짜 점심'이 아니다

괴리가 벌어지면 차익거래 기회가 생긴다. Perp이 현물보다 비싸면 현물을 사고(롱) Perp을 팔아(숏) 괴리가 좁혀질 때 이익을 거두고, 그사이 펀딩 비율까지 받는다. 논문이 실제 데이터로 검증한 결과, 이 단순한 전략의 위험 대비 수익률(샤프지수)은 대단히 높았다. 비트코인의 경우 개인 투자자 수준의 높은 거래비용을 가정해도 샤프지수 3.35, 수수료가 없는 마켓메이커 기준으로는 11.65에 달했다. 이더리움 등 다른 종목에서는 더 높았다.

다만 논문은 이 전략이 결코 무위험 차익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만기가 없기 때문에, 트레이더가 포지션을 청산하려는 시점에 괴리가 오히려 더 벌어져 있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랜덤 만기(random-maturity) 차익거래'라 명명했다. 이익은 언젠가 실현되지만 그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시장 격언대로 "차익거래자는 시장이 비이성적인 기간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괴리가 벌어지는 동안 증거금이 버티지 못하면 강제 청산으로 손실이 확정된다. 20배 레버리지가 양날의 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논문이 데이터에서 확인한 또 다른 사실들도 한국 주식 Perp의 미래를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가상자산 Perp의 괴리는 전통 외환시장보다 훨씬 컸고(연 환산 평균 절대편차 52~90%), 여러 종목에서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으며(공통 요인 존재),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다(연 약 11~22% 감소). 차익거래 자본이 늘고 시장이 성숙하면서 괴리가 좁혀진 것이다. 또한 과거 수익률이 높을수록 Perp이 현물 대비 더 비싸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모멘텀·추세추종 수요가 Perp 가격을 밀어 올린다는 의미다. 레버리지가 큰 Perp 시장에 낙관적·추격 매수 심리가 몰릴 때 프리미엄이 확대된다는 이 발견은, 향후 한국 주식 Perp에서도 그대로 관찰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그림: 'RWA Perp'의 부상

삼성·하이닉스 Perp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더 큰 흐름의 한 장면이다. 바로 현실세계자산(RWA)의 무기한 선물화다.

블록미디어가 인용한 DWF벤처스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퍼리퀴드가 2025년 10월 HIP-3를 출시하면서 변곡점이 만들어졌다. HIP-3는 누구나 일정량의 HYPE 토큰(50만 개)을 예치하면 무허가로 새 Perp 시장을 개설할 수 있게 한 구조다. 그 결과 주식·원자재·지수·외환은 물론 상장 전 기업까지 100개가 넘는 RWA 시장이 열렸고, 누적 거래량은 1,3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26년 3월 말 기준 HIP-3 전체 미결제약정은 17억 달러로 성장했으며, 그중 90% 이상을 RWA 관련 시장이 차지했다. 코인데스크 보도에서는 HIP-3 미결제약정이 사상 최대인 12억 달러를 넘어선 시점도 확인된다.

이 흐름의 매력은 분명하다. PANews 분석이 짚었듯, 기존 증권사 계좌 개설에는 본인 확인·자금 예치·거주 요건이 필요하지만, 온체인 Perp은 그런 장벽 없이 전 세계 누구나 미국 주식이나 원유에 접근하게 한다. 무엇보다 연중무휴 24시간이라는 점이 결정적이다. 2월 말 지정학적 변동성이 커졌을 때 전통 거래소는 문을 닫았지만, 하이퍼리퀴드의 RWA Perp은 주말 내내 가격을 형성했다.

제도권의 변화도 맞물린다. 넥스블록이 전한 타이거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 승인 없이도 제3자가 상장 주식을 토큰화할 수 있는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프레임워크를 준비하고 있다. 크라켄은 xStocks로 애플·엔비디아·테슬라·S&P500 ETF 기반 토큰을, 바이비트와 로빈후드(유럽)도 토큰화 주식을 확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기초자산으로 한 프리IPO 상품까지 등장하며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이런 기대를 타고 하이퍼리퀴드의 HYPE 토큰은 올해(2026년) 들어 약 138% 급등했다.

주간 RWA Perp 거래량.

한국 시장에 던지는 질문

기회의 이면에는 과제가 있다.

첫째, 거래 수요의 해외 유출이다. 코빗 리서치센터 김민승 센터장은 국내 거래 수요가 바이낸스 같은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 무기한선물 거래소(Perp DEX)로 이동하는 추세가 이전부터 이어져 왔으며, 이들이 비트코인·이더리움을 넘어 RWA 가격 추종 상품까지 적극 출시하는 만큼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대표주를 한국 투자자가 해외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역설적 상황이 현실이 된 것이다.

둘째, 유동성의 파편화다. 타이거리서치는 주식 토큰화가 확산될 경우 기존 거래소에 집중됐던 거래대금과 주문이 여러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분산될 수 있다고 봤다. 가격 발견의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셋째, 규제 공백이다. 이들 상품은 KRX의 시세를 직접 받아 재배포하지 않는 '합성(synthetic)' Perp이며, 실제 주식과 무관한 현금정산형 파생상품이다. 투자자 보호 장치, 시세 조종 감시, 과세 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영역에서 24시간 20배 레버리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논문이 강조한 '랜덤 만기 차익거래의 비(非)무위험성'은 곧 일반 투자자에게는 강제 청산 위험으로 돌아온다.

Perp은 만기와 소유를 걷어내고 가격 노출만 남긴 정제된 도구다. 효율적이지만, 그 효율을 떠받치는 것은 펀딩 비율이라는 섬세한 균형추 하나뿐이다. 한국 대표주가 그 도구 위에 올라선 지금, 시장과 당국이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이 거래 수요를 어떻게 국내에서 건전하게 소화할 것인가.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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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0 12: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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