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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분석] 비트코인도, 달러도 결국 '믿음이 떠받치는 거품'이다 — 그런데 왜 스테이블코인이 더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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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학자들이 펴낸 보고서는 탈중앙 화폐의 '진짜 가치'는 인정하면서도, 스테이블코인이 비트코인이 없애려던 '중앙 권력'을 다시 불러들인다고 경고했다. 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것인가를 두고 다투는 한국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TokenPost.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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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경제정책 연구 네트워크인 CEPR(경제정책연구센터)와 이탈리아 토리노대학 산하 싱크탱크(LTI@UniTo)가 2026년 2월 보고서 한 편을 펴냈다. 제목은 「블록체인은 화폐·계약·금융을 탈중앙화할 수 있는가」. 대표 저자는 금융시장 이론의 권위자인 브뤼노 비아(Bruno Biais, HEC경영대학원) 교수다.

이 보고서는 기술 백서가 아니다. 화폐와 금융시장을 평생 연구한 경제학자들이 그 잣대로 블록체인을 해부한 글이다. 그래서 결론이 더 묵직하다. 보고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성공을 "경이롭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이들을 제도권 화폐와 잇겠다던 스테이블코인에 가장 날카로운 의문을 던진다.

■ "달러도 거품이다" — 도발이 아니라 경제학이다

보고서의 출발점은 화폐경제학의 오래된 명제다. 돈의 가치는 그 자체의 쓸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생긴다. 모두가 믿으니까 실제로 가치가 만들어지는 구조다. 저자들은 이를 '믿음이 떠받치는 거품(합리적 거품)'이라고 부른다.

핵심은, 이 명제가 암호화폐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은 순수한 거품이며, 신뢰가 사라지면 가치는 0이 된다"는 장 티롤(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론적으로는 같은 문장이 달러와 유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못 박는다.

그렇다면 둘은 무엇이 다른가. 보고서가 꼽는 결정적 차이는 '국가라는 안전판'이다. 달러와 유로는 강력한 국가가 그 가치를 뒤에서 보증한다. 모두가 가치를 인정하도록 떠받치는 힘이 있는 셈이다. 반면 암호화폐는 그런 받침대가 없다. 그래서 신뢰가 무너지면 가치가 급락하거나 0에 수렴하는 결말이 여전히 배제되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큰 변동성은 바로 이 '0으로 가는 결말'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 시가총액이 증명하는 것 — 탈중앙화의 '진짜 가치'

▲ 비트코인·이더·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과 달러·유로 통화량(M1) 비교 (2025년 9월 3일 기준, 단위: 조 달러). 자료: CEPR·LTI Report 5, Figure 10

숫자로 보는 핵심 · 비트코인 시가총액 ≈ 미국 GDP의 5% 이상 · 이더 시가총액 ≈ 미국 GDP의 약 1% · 비트코인을 떠받치는 컴퓨터(노드) ≈ 전 세계에 약 4만 5,000개 · 2009년 이후 약 10분에 한 번씩,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이 운영 (보고서 작성 시점 기준)

보고서가 이 숫자들을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어떤 중앙 권력의 개입도 없이, 서로 모르는 수만 대의 컴퓨터가 10분에 한 번씩 같은 장부에 합의하고, 같은 돈을 두 번 쓰는 부정(이중지불)도 막아 왔다. '실제로 작동한다'는 이 사실 자체가 투자자의 신뢰를 끌어냈고, 그 신뢰가 시가총액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거대한 시가총액을 단순한 거품의 증거가 아니라 "탈중앙화가 만들어낸 진짜 경제적 가치"로 해석한다. 즉, 중앙 권력이 제멋대로 돈을 찍어내거나(인플레이션) 계좌를 동결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바로 그 가치에 매겨진 가격표라는 것이다.

실제로 보고서는 암호화폐가 화폐의 세 기능 중 적어도 '가치를 저장하는' 기능은 어느 정도 해왔다고 본다. 특히 중앙은행을 믿기 어렵고 물가가 치솟는 나라에서 그렇다. 다만 '주고받는 결제 수단'으로는 의문 부호를 단다. 보고서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했다가 소액결제에서 사실상 실패한 사례를 들어, 작은 거래에는 불편하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국제 송금처럼 기존 은행 시스템이 느리고 비싼 영역에서는 블록체인이 효율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스테이블코인의 역설 — 쫓아낸 '중개자'가 다시 들어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한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을 "국제결제에 특히 매력적인 중간 해법"으로 본다. 제도권 화폐의 안정성과 블록체인의 효율성을 합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바로 결정적 단서를 붙인다.

"주요 스테이블코인은 완전히 탈중앙화되어 있지 않다. 누군가를 믿어야만 하는, 중앙화된 발행사가 찍어낸다. 이는 비트코인이 애초에 없애려 했던 '중앙 권력의 결함'을 다시 끌어들인다."

발행사라는 중개자를 믿어야 한다면, 그 발행사가 잘못될 위험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위험은 이론이 아니라 실제 사건이다.

첫째, 준비금이 한 곳에 몰리는 위험. 2023년 USDC는 약 33억 달러의 준비금을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맡겨두고 있었다. 작은 은행 한 곳에 거액이 몰려 있었지만, 코인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기 어려웠다. 만약 미국 예금보험기관(FDIC)이 이 예금을 보전해주지 않았다면, USDC의 '1달러 = 1코인' 약속(연동)은 깨졌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적었다.

둘째, 준비금이 정작 위기 때 현금이 안 되는 위험. 테더(USDT)의 준비금은 미국 국채 비중이 가장 크지만, 국채도 만기까지 들고 가는 경우가 많아 위급할 때 바로 현금으로 바꾸기 어렵다. 준비금 일부가 이렇게 묶여 있으면, 보유자들이 '남들이 먼저 빼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순간 너도나도 환매에 나서는 사태(은행 인출 사태와 같은 구조)가 벌어지고, 그 결과 1달러 연동이 깨질 수 있다.

▲ 테더(USDT) 준비금 구성 (2025년 6월 30일 기준). 미 국채 비중이 가장 크다. 자료: 테더 투명성 보고서 / CEPR·LTI Report 5, Figure 15

셋째, 환매를 막아버릴 수 있는 위험. 일부 발행사는 환매를 미루거나 제한하고, 수수료를 올릴 권리를 갖고 있다. 인출 사태를 막는 장치이긴 하지만, 그 부담은 결국 사용자에게 돌아간다.

요컨대 스테이블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화폐를 탈중앙화해서 없애려 했던 '중개자를 믿어야 하는 문제'를 그대로 되살린다. 게다가 시장 자체가 소수 발행사에 크게 쏠려 있어 우려는 더 커진다. 보고서는 유럽의 미카(MiCA)와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이를 완화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규제가 이제 막 도입돼 효과를 따지기엔 너무 이르다"고 유보했다.

▲ 시가총액 상위 10개 스테이블코인 (2025년 11월 10일 기준, 단위: 백만 달러). 자료: CEPR·LTI Report 5, Figure 16

■ 한국 시사점 — '무엇으로 담보하느냐'보다 '누가 발행하느냐'

이 보고서의 시각은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쟁을 정확히 관통한다.

지금 국내 논의의 무게중심은 디지털자산기본법과 함께 '누가 발행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은행에만 맡길 것인가, 일반 기업에도 열어줄 것인가.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시각차도 결국 같은 질문의 변주다. 보고서의 논리를 그대로 옮기면, 스테이블코인의 안전성은 '1대 1로 담보한다'는 구호가 아니라, '발행사라는 중개자를 어떻게 통제하느냐'에서 결정된다. 준비금 쏠림(SVB형 위험), 준비금의 실제 현금화 능력, 환매 약관 — 이 세 가지가 핵심 규제 변수라는 점을, 보고서는 실제 사건으로 입증한다.

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의 위험과 발행 주체 규율을 강조해온 배경도 여기서 설득력을 얻는다. 분산장부라는 '효율성'은 새것이지만, 발행사를 믿어야 하는 문제와 인출 사태라는 '위험'은 100년 넘은 은행론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옛것이기 때문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원화의 국제 결제 효율을 노린다면, 동시에 준비금 공시·실제 현금화 능력·환매 약관이라는 '구식 은행 감독'의 도구를 함께 들여와야 한다 — 이것이 보고서가 한국 규제당국에 건네는 가장 실용적인 조언이다.

비트코인이 던진 질문은 "국가 없는 화폐가 가능한가"였다. 스테이블코인이 던진 질문은 그보다 까다롭다. "국가의 화폐를 국가 밖 발행사가 대신 찍을 때, 그 발행사는 누가 통제하는가." 한국이 곧 답해야 할 질문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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