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협상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21일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중동 정세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가격에 즉각 반영된 것이다.
이날 런던 아이스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8.48달러로 전장보다 3.00달러, 3.14%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의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도 2.25달러, 2.57% 오른 배럴당 89.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유가는 협상 관련 보도에 따라 오르내렸지만, 전반적으로는 지정학적 긴장이 공급 불안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시장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협상 자체가 예정대로 열릴지조차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있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미 언론은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협상단의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도 협상 참여 결정을 미루고 있으며, 이란 국영 아이리브는 협상 장소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출발한 대표단이 없다고 보도했다. 외교적 해법이 제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가 잇따르자 시장은 원유 수송로와 생산 시설에 미칠 충격 가능성을 먼저 반영했다.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진 점도 유가 상승을 자극했다. 미국 국방부는 인도·태평양에서 이란과 연계된 제재 대상 선박을 나포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통상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거론되는 호르무즈 해협 주변을 넘어 해상 통제 범위를 넓히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휴전 기간을 연장할 생각이 없다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란 폭격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좋은 합의가 아니라 훌륭한 합의를 원한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이에 대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전쟁 행위라고 반발하면서 양측의 공방은 더 거칠어졌다.
시장은 이미 이번 사태가 단순한 외교 갈등을 넘어 실물 공급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원자재 거래 기업 트라피구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드 라힘은 사태가 당장 내일 해결되더라도 이미 10억 배럴의 공급 손실이 발생한 상태라고 평가했고, 한 달 더 이어지면 손실 규모가 15억 배럴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유 시장은 수급이 조금만 흔들려도 가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구조여서, 협상 지연과 군사적 긴장 고조가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의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