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이차전지 업종 전반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하여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의 주식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SK온은 9월 4일 미국 콜로라도주에 본사를 둔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내년부터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추진되는 플랫아이언의 프로젝트에 투입되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컨테이너형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ESS, 즉 에너지저장장치란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설비다. 재생에너지 확대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면서 세계적으로 시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잇단 에너지 정책과 지원책을 통해 이 시장을 적극 키워가고 있다.
이번 계약에 대해 업계는 대규모 공급의 시작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ESS 배터리 1GWh당 계약 규모는 약 3천억 원 수준으로, SK온이 향후 최대 7.2GWh 공급까지 확대하게 될 경우 전체 계약 규모는 2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단일 ESS 공급 계약으로는 이례적인 수준의 대형 수주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3일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사와 총 107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공시했다. 업계는 이 계약의 규모를 약 15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 역시 한국 배터리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대형 수주 소식이 이어지면서 4일 오전 국내 증시에서는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오전 9시 12분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16% 오른 10만4천600원에 거래됐고, LG에너지솔루션 역시 1.43% 상승세를 기록했다.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주요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도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경쟁적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수주는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전환 흐름에 따른 수혜로 볼 수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전기차뿐 아니라 ESS 시장도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공급 역량이 더 큰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해외 시장에서의 추가 수주 확대와 이차전지 산업 전반의 밸류에이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