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엔터프라이즈 생성형 AI 기업 라이터(Writer)가 새로운 대형 언어모델(LLM) '팔미라 X5(Palmyra X5)'를 출시했다. 이번 모델은 100만 토큰에 달하는 초대형 컨텍스트 윈도우를 지원하며, 기존 업계 최상위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75%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해 주목받고 있다.
라이터는 액센츄어, 메리어트, 우버, 뱅가드 등 수백 개의 엔터프라이즈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번 팔미라 X5를 통해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 등 거대 경쟁사들이 제공하는 고가 모델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팔미라 X5의 가격은 입력 토큰 백만 개당 0.60달러(약 860원), 출력 토큰 백만 개당 6달러(약 8,640원)로 책정됐다.
마탄-폴 셰트릿(Matan-Paul Shetrit) 라이터 제품 총괄 디렉터는 "이 모델은 진정한 에이전트 시대를 여는 열쇠"라며 "속도와 가격 모두에서 GPT-4.1 등 기존 대형 모델보다 뛰어나고, 구조화된 기능 호출까지 지원해 다단계 자동화 작업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팔미라 X5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으로 차별화를 꾀하지 않았다. GPU 비용 약 100만 달러(약 14억 4,000만 원)라는 압도적인 저비용으로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는 수천만 달러 이상을 소요하는 전통적 모델 훈련 방식과 대비된다. 라이터는 독자적인 '자가 지도(Self-instruct)' 학습 기법과 조기 종료 기준을 결정하는 기술을 적용해 학습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모델 구조에서도 혁신이 있었다. 하이브리드 어텐션 메커니즘과 '혼합 전문가(Mixture of Experts)' 방식을 도입해, 초대형 입력을 신속하면서도 정밀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팔미라 X5는 100만 토큰을 약 22초 만에 처리하고, 복수 기능 호출도 300밀리초 내에 응답할 수 있다.
벤치마크에서도 팔미라 X5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오픈AI의 MRCR 8-니들 테스트에서는 19.1% 정확도를 기록, GPT-4.1(20.25%) 및 GPT-4o(17.63%)와 동급에 가까운 성능을 입증했다. 또 빅코드벤치(BigCodeBench) 코딩 테스트에서는 48.7점을 받아 8위에 올랐다.
라이터는 이번 모델 출시와 함께 'AI HQ'라는 엔터프라이즈 전용 AI 에이전트 구축 플랫폼을 선보이며, 복잡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AI 시스템 구축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와심 알시크(Waseem AlShikh) 라이터 공동창업자 겸 CTO는 "앞으로 컨텍스트 윈도우가 100만 토큰 미만인 모델은 점차 기업 환경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출시 이후, 팔미라 X5는 금융보고서 작성, 입찰요청서(RFP) 응답 자동화, 고객 피드백 분석 등 다양한 비즈니스 워크플로우에 실사용되고 있다. 특히 다단계 에이전트 흐름을 구현해, 예를 들어 콘텐츠를 자동 점검하고 수정안을 제안한 뒤, 인간 승인 후 CMS에 업데이트하는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라이터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파운데이션 모델 서비스 '아마존 베드락(Amazon Bedrock)'에 팔미라 X5와 팔미라 X4를 등록했다. 이를 통해 수백만 명의 개발자들이 더욱 손쉽게 라이터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되어 배포 채널을 크게 넓혔다. AWS의 아툴 데오(Atul Deo) 베드록 디렉터는 "팔미라 X5의 통합으로 엔터프라이즈 고객이 방대한 기업 데이터를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향후 전략에 대해 셰트릿은 "우리는 모든 차세대 모델에서도 최소 100만 토큰 이상의 컨텍스트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기존 모델이 미처 충족하지 못하는 '자가 진화(Self-evolving)' 기능을 갖춘 에이전트를 현실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러한 비전은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기업 내부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최적화하는 진정한 디지털 동료로 자리 잡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라이터는 1억 9,000만 달러(약 2,736억 원) 기업가치 평가를 받고 있으며, 세일즈포스벤처스, 어도비벤처스, IBM벤처스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작년 시리즈 C 투자 라운드에서 2억 달러(약 2,880억 원)를 유치했으며, 160%라는 뛰어난 순고객유지율도 기록했다.
라이터는 팔미라 X5를 앞세워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범용 AI를 개발하는 오픈AI, 앤트로픽과 차별화된 길을 걷고 있다. 더 많은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ROI를 제시하며 빠른 상업화를 이끄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셰트릿은 “AI 요금이 지나치게 높으면 기업은 AI 에이전트와 사람 직원의 비용을 비교할 것이고, 그 결과 AI 도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라이터는 AI의 강력함보다 비용 효율성을 앞세워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AI의 비즈니스 가치를 중시하는 시대, "당신의 AI는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당신의 AI는 얼마나 경제적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