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분야가 단연 돋보였다. 크런치베이스가 집계한 ‘월간 최대 투자 유치 리스트’에 따르면, AI 스타트업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는 무려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모으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오픈AI의 공동창립자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가 참여한 신생 기업으로, 안전한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어 기술적 리스크 최소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반영했다.
그 뒤를 이은 핀테크 기업 플래드(Plaid)는 5억 7,500만 달러(약 8280억 원)를 유치하며 2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앱과 금융기관 간 연결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번 자금으로 직원 스톡옵션 관련 세금을 처리하고, 현금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과거 비자와의 인수 논의가 무산된 바 있는 이 기업은 최근 공격적인 독립 성장 전략을 선택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사이버보안, 우주산업 등 이른바 기술 기반 하드웨어 스타트업들도 대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태양열 및 배터리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실리콘랜치(Silicon Ranch)는 5억 달러(약 7,200억 원)를 확보했고,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망을 보호하는 체인가드(Chainguard)는 기업가치 35억 달러(약 5조 원)로 3억 5,600만 달러(약 5,120억 원)를 유치했다. 체인가드는 2021년 설립 이후 불과 3년 만에 누적 매출 4,0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연간 매출 1억 달러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기반 영상 제작 기술을 개발하는 런웨이(Runway) 역시 3억 800만 달러(약 4,400억 원)를 조달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생성형 AI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새로운 투자금은 영상 제작에 집중된 AI 모델 고도화에 활용될 계획이며, 최근에는 라이언스게이트와 제휴해 맞춤형 영상 생성 모델을 개발 중이다.
한편, 우주기술 기업들도 연달아 대형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미 콜로라도주 센테니얼에 본사를 둔 트루 어노말리(True Anomaly)는 2억 6,000만 달러(약 3,740억 원), 위성 제조 스타트업 에이펙스(Apex)는 2억 달러(약 2,880억 원)를 각각 확보하며 민간 우주 보안 및 인프라 시장 확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또, 에너지 부문에서는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따라 발전기 제조업체 메인스프링 에너지(Mainspring Energy)가 2억 5,800만 달러(약 3,710억 원)를 확보하고 전력 인프라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반면, 주택용 배터리를 개발하는 텍사스 소재 베이스 파워(Base Power)는 2억 달러 시리즈 B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이 외에도 사이버보안 기업 퍼소나(Persona),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 업체 수퍼베이스(Supabase) 역시 각각 2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며 기술 기반 트렌드를 이어갔다.
미국 외 지역에서는 일본의 택시 호출 시스템 개발사 덴노 코츠(Dennou Kotsu)가 약 3억 4,300만 달러(약 4,920억 원)의 시리즈 D 투자 유치에 성공해 의미 있는 글로벌 성과를 남겼다.
크런치베이스는 이 리스트에서 미국 내에서 발표된 시리즈 투자 중 금액 기준 상위 10개 라운드를 기준으로 순위를 집계했다. 일부 투자 건은 말일 기준으로 집계에 누락될 수 있다고 밝히며, 데이터의 변동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번 분석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가 여전히 미국 벤처 투자 시장의 핵심 성장동력임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