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랠리 재점화… 마이크로소프트·메타 실적 쇼크에 월가 ‘기대 급반전’

| 김민준 기자

월가에서 ‘AI 거래 재개’ 기대감이 다시 불붙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메타(META)의 실적이 예상을 웃돌면서, 침체기를 겪던 기술 대형주와 AI 관련 종목들이 다시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 회계연도 3분기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대비 21% 급증하며 시장 기대를 크게 상회했다. 메타도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사용자의 월간 활성 수가 10억 명에 근접했다고 밝히며 투자자 기대에 부응했다. 두 기업은 AI 투자를 더욱 늘리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AI 인프라에 800억 달러(약 115조 2,000억 원)를 지출하겠다고 발표했고, 메타도 연간 자본지출을 최대 720억 달러(약 103조 6,800억 원)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기술주 전반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올 들어 19%나 빠졌던 엔비디아(NVDA)는 하루 만에 약 4% 반등했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에 수혜가 기대되는 원자력발전 기업 비스트라(VST)와 컨스텔레이션 에너지(CEG)는 각각 6%, 8% 이상 급등하며 연초 대비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연초 이후 주가가 30% 넘게 빠졌던 네트워크 장비업체 아리스타 네트웍스(ANET)도 이날 7% 넘게 반등하는 등 기술 업종 전반이 훈풍을 받았다.

올해 초 AI 주식은 급격한 조정에 직면했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기술력이 재평가되며 AI 산업의 경제적 예측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고,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무역 전쟁까지 겹쳐 투자 불확실성이 커졌다. 거시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부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보류하고 아마존도 데이터센터 확장 속도 조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실적 시즌을 기점으로 투자심리는 급반전하는 분위기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AI 수요가 여전히 폭발적이며 공급능력을 초과한다고 입을 모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FO 에이미 후드는 AI 관련 서비스 수요가 6월 이후에도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특히 AI가 실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기업 측 증언도 강세장을 지탱하고 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AI 기반 콘텐츠 추천 덕분에 자사 플랫폼 체류 시간이 6개월 새 최대 35%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 먼스터 딥워터 자산운용 파트너는 “메타가 AI 투자에 대한 실질적 수익 사례를 시장에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공세적인 AI 투자와 실질적인 성과가 맞물리면서, AI 테마는 다시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딥워터는 “AI 랠리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며, 향후 2~3년간 상승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AI 투자 확대가 기술 산업 전반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