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랄, 기업용 AI 시장 정조준…르샤 엔터프라이즈·미디엄3 동시 출격

| 김민준 기자

프랑스 인공지능 스타트업 미스트랄(Mistral)이 기업 고객을 겨냥한 AI 플랫폼 ‘르샤 엔터프라이즈(Le Chat Enterprise)’와 새로운 언어 모델 ‘미디엄3(Medium 3)’를 공개하며 기업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오픈AI, 앤트로픽 등 쟁쟁한 경쟁자 사이에서 비교적 이름이 덜 알려진 미스트랄이지만, 이번 신제품을 통해 엔터프라이즈 분야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르샤 엔터프라이즈는 개별 직원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 소스를 넘나드는 환경에서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통합형 어시스턴트 플랫폼이다. 기존 챗GPT처럼 자연어 기반 질문에 응답하는 형태지만, 데이터 보안과 감사 기능, 크로스 애플리케이션 연동 등 기업 맞춤형 기능을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구글 드라이브, 셰어포인트, 지메일 등 사내 시스템을 연결한 검색 기능, 문서 자동요약과 인용 기능, 노코드 기반 커스텀 자동화 도구 등이 핵심이다.

하이브리드 환경 지원 또한 르샤 엔터프라이즈의 핵심 경쟁력이다. 퍼블릭 클라우드부터 프라이빗 가상 네트워크(VPC), 온프레미스까지 유연하게 배포가 가능하며, 전체 기술 스택을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처럼 *데이터 주권* 확보가 중요한 금융, 의료, 에너지 산업에서 특히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날 함께 공개된 미디엄3는 미스트랄이 자체 개발한 폐쇄형 모델로, 이전 오픈소스 모델과 달리 웹, API, 협력 플랫폼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 모델은 앤트로픽의 ‘클로드 3.7 소네트’ 성능의 90% 이상을 구현하면서도 비용은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입력 100만 토큰 기준 0.40달러(약 580원), 출력 100만 토큰 기준 20.80달러(약 3만 원)로, 동일 수준 성능 대비 비용 효율을 크게 개선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성능도 주목할 만하다. 코드 평가 테스트 ‘휴먼이벌’과 ‘멀티플-E’에서 GPT-4o와 클로드 3.7 소네트를 뛰어넘는 결과를 보였고, 인류 전문가 평가에서는 메타의 ‘라마4 매버릭’을 82%의 상황에서 능가했다. 영어 외에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4개 언어에서 경쟁 모델 대비 높은 처리 능력을 입증했으며, 문서 시각화, 차트 해석 등 멀티모달 AI 성능에서도 선두를 기록했다.

현재 미디엄3는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미스트랄의 ‘라 플라트포름 API’를 통해 제공되며, 향후 IBM 왓슨X,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AI, 엔비디아 NIM, 구글 클라우드 버텍스 등에서도 지원될 예정이다. 르샤 엔터프라이즈는 구글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에서 이미 사용 가능하며 곧 AWS 베드락과 애저 AI 마켓에도 정식 출시될 계획이다.

유럽연합에 본사를 둔 미스트랄은 GDPR(일반개인정보보호법)과 EU AI법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규제를 준수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이는 중국발 오픈소스 AI 솔루션에 보안 우려를 가진 서방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중대형 레거시 시스템을 운영하는 보수적인 기업일수록 미스트랄의 철저한 프라이버시 중시 접근 방식이 신뢰를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발표는 기업용 AI 기술에 대한 불만족과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글로벌 시장의 공백을 정조준한 시도다. ‘챗GPT 대체제’라는 단순 경쟁 구도가 아니라, AI를 실제 업무 환경에 적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현실적 솔루션*이 필요한 기업들을 위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미스트랄이 얼마나 이 변칙 승부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향후 금융, 제조, 의료 업계의 채택 속도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