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 방향을 고심하는 가운데, 주요 AI·반도체 업계 경영진들이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인프라 확충과 기술 생태계 강화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오픈AI의 샘 알트먼(Sam Altman) CEO와 마이크로소프트(MSFT)의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 사장, AMD의 리사 수(Lisa Su) CEO 등은 "AI 기술의 미래는 특정 국가가 독점할 수 없다"며, 규제 완화보다는 국제 협력과 생태계 전반에 걸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청문회는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것으로, 미국 정부가 AI 산업을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지에 대한 정책 방향성을 가늠하는 무대였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했던 AI 행정명령을 철회하면서 AI 규제 흐름이 시장 중심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업계는 이 변화가 산업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샘 알트먼은 최근 오픈AI가 텍사스에 착수한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거론하며, "미국이 AI 혁신을 주도하는 데 성공하려면 방대한 데이터 처리 인프라와 에너지 자원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10년은 '풍부한 지능'과 '풍부한 에너지'의 시대로, 미국이 이 이중 혁신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스미스 사장은 AI 기술이 반도체부터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에 이르는 'AI 기술 스택(Tech Stack)' 전반에 걸쳐 유기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인프라 구축과 비자 간소화를 통한 인재 확보, 그리고 글로벌 시장 수요 대응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I는 어느 한 기업이나 국가가 단독으로 승리할 수 없는 분야"라며, 글로벌 파트너십과 모델 수출 규제 완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리사 수 CEO 역시 "AI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모든 계층에서 기술적 완성이 뒤따라야 한다"며, 특히 개방형 생태계와 진입 장벽 제거, 혁신 경쟁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아이디어가 세계 각지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미국이 AI 선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젠슨 황 CEO가 이끄는 엔비디아(NVDA)가 독점하고 있는 GPU 시장을 겨냥하듯, 최근 AI 훈련 및 추론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도 언급됐다. 이에 따라 세레브라스(Cerebras) 등 스타트업은 모델 처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반도체 생산력은 예정보다 느리게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통과된 '반도체 및 과학 법(Chips and Science Act)'의 한계를 보여준다.
유의미한 변화 중 하나는 상임위원장인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AI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테스트 기반 규제를 허용해 민간의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으로,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무규제·시장중심*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방향은 미국 제품 사용과 일자리 창출을 우선시하는 최근 행정부의 기조와도 맞물리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자국중심주의 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본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AMD 등은 국제인재 유치와 모델 수출을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 상무부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만들어진 AI 반도체 수출 제한을 일부 완화하기로 한 결정은 이러한 흐름에 힘을 더했다.
한편, 생성형 AI 규제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2023년 의회에서 샘 알트먼이 강력한 규제 기관 설치를 주장했던 것과 달리, 이번 청문회에서는 “모델 사전 허가는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기술업계가 초기의 공포 마케팅을 넘어, 이제는 규제보다는 속도와 시장 유연성 확보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번 청문회는 미국이 AI 글로벌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떤 전략을 택할 것인지를 가늠케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앞으로 미국 정부가 AI 규제에 대한 개입 수위를 어디까지 조절할지, 그리고 이에 따른 글로벌 기술 균형이 어떻게 재편될지는 업계뿐 아니라 전 세계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