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 '에이전트포스'로 AI 업무혁신 선언… 서비스의 시대 끝났다

| 김민준 기자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최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합한 새로운 전략을 공개하며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미래를 선점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AI 기반 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트포스(Agentforce)'와 실시간 데이터 중심의 '데이터 클라우드(Data Cloud)'를 중심으로 SaaS의 진화를 이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 아닌, '서비스 그 자체로서의 소프트웨어(Service-as-Software)'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정의하며, AI 에이전트가 업무 전반에 깊숙이 융합되는 시대를 천명했다.

에이전트포스는 기존 챗봇 수준을 넘는 고도화된 AI 어시스턴트를 의미하며, 기업의 영업, 고객 서비스,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부서에 직접 투입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실제로 세일즈포스는 자사 직원 수만 명에게 이미 이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이들이 실시간 데이터에 기반해 기존보다 50%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4년 중반 첫 출시 이후 현재까지 5,000개 이상의 기업이 에이전트포스를 도입했고, 이 중 3,000개 이상은 유료 고객으로 전환되며 가시적인 매출 성과도 확인됐다.

이러한 에이전트 생태계의 핵심 기반은 바로 데이터 클라우드다. 데이터 클라우드는 세일즈포스가 보유한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외부 시스템 데이터를 통합해 실시간으로 정제·연결하는 플랫폼이다. 각 애플리케이션이 고립된 데이터 사일로로 구성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하나의 ‘4D 데이터 맵’을 통해 조직 전체의 상태를 시각화하고 자동화된 분석 및 액션을 실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태블로(Tableau)와의 통합을 통해 시각화 도구가 슬랙(Slack)이나 세일즈 클라우드 같은 다른 앱 내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은 실질적인 협업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부 파트너와의 호환성 강화도 전략의 주요 축 중 하나다. 세일즈포스는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데이타브릭스(Databrick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주요 데이터 플랫폼과의 양방향 연동을 이미 구현하며 독자적인 데이터 저장소에 데이터를 몰아넣는 방식을 지양하고 있다. 이런 연합 전략은 데이터 중복 문제를 최소화하면서도 고객이 기존 인프라를 유지하는 동시에 세일즈포스 AI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해준다.

마이크로소프트(MSFT), 오라클(ORCL), SAP와 같은 경쟁자들이 AI 통합을 자사 제품에 적용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일즈포스는 하드웨어 인프라 없이도 소프트웨어만으로 하이퍼스케일을 실현하는 독창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하이퍼포스(Hyperforce)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클라우드에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는 방식은 자본지출 없이도 확장성과 복원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현재 연간 매출 약 500억 달러(약 72조 원) 규모에서 견조한 현금 흐름까지 유지하며, 전통적 하이퍼스케일러와 견줄 수 있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기술 스택의 성숙도, 고객 경험, 가격 정책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에이전트 기반 AI의 가격 모델링이 초기 단계인데다, 세일즈포스의 기존 시트 기반 가격 체계가 불리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팔란티어(PLTR), 서비스나우(NOW), 워크데이(WDAY) 등 각기 AI 특화 전략을 앞세우는 경쟁사들과의 차별화가 지속 관건이다.

그러나 세일즈포스는 다양한 AI 기능을 자체 애플리케이션에 내장하면서, 제3자가 구축한 시스템과도 유연하게 연동되는 구조를 구축 중이다. 앞으로 고객과 파트너가 자체 에이전트를 등록·유통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는 곧 세일즈포스를 기업용 AI 생태계의 중심으로 견고히 자리잡게 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베니오프 CEO의 관점대로, 지난 수십 년간 클라우드와 모바일이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면, 이제는 디지털 워크포스를 주도하는 AI 에이전트가 그다음 물결이다. 기업 고객이 수억 원 규모의 AI 도입 계약을 연이어 체결하고 있으며, 생산성과 고객 경험 양 측면에서 빠른 ROI를 실감하고 있다는 초기 반응도 긍정적이다. 결국 이번 전략은 세일즈포스가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하이퍼스케일 모델로 탈바꿈하려는 선언이자, 다음 10년을 견인할 그들의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1~2년이 이 전략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AI에 대한 기대가 현실로 이어지는 가운데, 세일즈포스가 실행력을 바탕으로 진정한 '소프트웨어 중심 하이퍼스케일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