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퓨처스 펀드’ 출범… 차세대 스타트업에 공격 투자 나선다

| 김민준 기자

구글(GOOGL)이 차세대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겨냥한 새로운 투자 프로그램 ‘AI 퓨처스 펀드’를 공식 출범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구글은 초기부터 후기 단계에 이르는 다양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자사의 제미니(Gemini)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비롯한 기술 및 전문가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AI 퓨처스 펀드는 기존의 엑셀러레이터와 달리 모집 기수나 일정이 정해진 코호트 방식이 아닌, 신청을 수시로 받는 구조가 특징이다. 구글은 “정해진 펀드 총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와 전략에 따라 유연하게 투자 규모를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전에 설계된 틀보다 유망 기업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이미 12곳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한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제미니의 자동 번역 기능을 기반으로 콘텐츠 접근성을 높인 인도 디지털 웹툰 스타트업 툰수트라(Toonsutra Inc.)와 밈 영상 제작 플랫폼 비글(Viggle), 3D 가상 공간 앱 '룸스(Rooms)'를 개발한 씽스(Things Inc.)가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단기 수익성보다는 AI 기술 생태계 전반의 발전과 영향력 확대를 위한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작년 9월에도 서지하(Sundar Pichai) CEO는 UN 행사에서 전 세계 AI 교육 확대를 위해 1억 2,000만 달러(약 1,728억 원) 규모의 글로벌 AI 오퍼튜니티 펀드를 약속한 바 있다. 이후 구글 자선재단인 구글닷오알지(Google.org)는 연구자 대상 2,000만 달러(약 288억 원)의 지원금을 추가한 데 이어, 비영리 단체들을 위한 제너레이티브 AI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도 론칭했다.

이번 AI 퓨처스 펀드는 구글이 이미 운영 중인 '스타트업 파운더스 펀드(Google for Startups Founders Fund)'와도 병행되며, 보다 기술 중심으로 포커스된 초기 투자 채널로 기능할 전망이다. 주요 경쟁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FT) 역시 유사한 AI 스타트업 투자 프로그램을 연이어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은 이 분야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보다 공격적인 자금 지원에 나선 모습이다.

최근 구글은 AI 챗봇 시장의 주요 경쟁자인 앤트로픽(Anthropic PBC)에만도 누적 30억 달러(약 4조 3,2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앤트로픽은 현재 구글의 클라우드 고객이자, 지분 10%를 보유한 전략적 파트너로, 구글 AI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으로 IPO 시장의 문턱이 높아진 지금, 많은 AI 스타트업은 대형 기술기업의 전략적 투자에 더욱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펀드 출범은 구글의 시장 영향력을 배가할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이를 자사 인프라 서비스 수요로 연결하는 방식은 구글이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핵심 전술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