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최근 공개된 봇 플랫폼 ‘포(Poe)’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AI(OpenAI)와 구글(GOOGL)은 주요 AI 카테고리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반면, 앤스로픽(Anthropic)은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추론형 모델’이 새로운 경쟁 무대로 떠오르면서 기술력의 우열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이번 보고서는 포의 구독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AI 모델의 사용 추이를 분석한 내용이다. 플랫폼 내에서 100개 이상의 AI 모델에 접근할 수 있는 포는 실제 사용자 선호를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닉 후버 포 AI 생태계 책임자는 "AI 기능의 다양화와 추론형 모델의 부상은 2025년 상반기 가장 두드러진 변화"라고 설명했다.
텍스트 생성 분야에서는 오픈AI의 GPT-4o가 전체 메시지의 35.8%를 점유하며 우위를 유지했다. 또한 새롭게 출시된 GPT-4.1 시리즈도 출시 몇 주 만에 9.4%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구글의 ‘제미니2.5 프로(Gemini 2.5 Pro)’ 역시 짧은 기간 내 약 5%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에 비해 앤스로픽의 ‘클로드(Claude)’ 시리즈는 올 들어 10%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추론형 AI 모델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올해 초 전체 포 사용자 메시지의 2%에 불과했던 추론형 모델 사용률은 5월 들어 10%까지 확대됐다. 구글의 제미니 2.5 프로는 출시 6주 만에 이 영역에서 31%의 사용률을 기록하며 클로드 추론 모델을 제쳤고, 오픈AI도 여러 버전의 추론형 모델을 연이어 선보이며 시장에 대응 중이다.
이미지 생성 분야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구글의 ‘이미젠3(Imagen 3)’가 30%의 점유율에 도달해 기존 강자인 블랙 포리스트 랩스(Black Forest Labs)의 ‘플럭스(FLUX)’ 시리즈와 맞붙고 있으며, 오픈AI의 ‘GPT-Image-1’은 출시 2주 만에 17%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편, 2024년 중반까지 시장을 선도했던 미드저니(Midjourney)와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비디오 AI 시장에서는 중국 스타트업 콰이쇼우(Kuaishou)의 ‘클링(Kling)’이 돌풍을 일으키며, 초기 3주 내에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했다. 특히 주력 모델인 ‘Kling-2.0-Master’가 전체 비디오 생성의 21%를 차지했다. 반면, 카테고리 선구자 루어웨이(Runway)는 점유율이 60%에서 20%까지 급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상 생성은 여전히 높은 컴퓨팅 비용이 발생하는 까다로운 분야로, 클라우드 인프라 운용 전략이 기업 간 격차를 좌우할 전망이다.
음성 AI 영역에서는 일레븐랩스(ElevenLabs)가 강세를 이어갔다. 보고서에 따르면 포 내부 텍스트-음성 변환 요청의 80%가 일레븐랩스를 통해 이뤄졌으며, 경쟁사로는 카르테시아(Cartesia), 언리얼 스피치(Unreal Speech), 플레이AI(PlayAI) 등이 빠른 속도로 기능과 목소리 다양성을 기반으로 특화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이처럼 AI 생태계의 세분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도입 전략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후버 AI 생태계 책임자는 "지금 이달의 최고 모델이 다음 달에는 2위로 밀릴 수 있는 시기"라며, 독립적인 모델 평가 프레임워크와 유연한 시스템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분석에서 강조된 또 하나의 흐름은 텍스트 중심의 AI 소비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 비디오, 음성 같은 복합 미디어 생성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체 AI 생태계의 중심축이 다방면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특정 활용사례 중심의 평가 기준과 기술 인프라를 동시에 갖춰야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업계 분석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AI 시장의 ‘성숙’ 단계로 해석한다. 더 이상 단순한 텍스트 출력으로는 차별점을 만들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밀한 추론과 복합 생성기능이 곧 프리미엄의 기준이자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AI 모델 간의 순위 격변이 일상이 된 현시점에서, 어제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가 되는 흐름은 기술 투자 전략에도 깊은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