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및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 출범했다. 소니, 수퍼셀, 일렉트로닉 아츠(EA), 유비소프트, 플레이릭스 등 글로벌 게임사 출신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창업한 '인챈트(Enchant)'는 지분을 요구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과 시장 안착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게임과 AI 기술의 융합이라는 접점에 주목하며, 최대 12주 간 전면 원격으로 진행된다. 참여 기업은 제품 개발 중심의 스프린트와 일대일 멘토링,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와의 직접 연결을 통해 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기존 액셀러레이터들과 달리 공동 창업자에게 일정 지분을 요구하지 않고, 모든 스타트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인챈트 공동창업자인 유제니 유네고브스키(Eugeny Unegovskiy)는 "지분을 포기하지 않고도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초기창업자 입장에서 매우 유리하다"며 "캡테이블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이 시드 또는 시리즈 A 투자에서 더 높은 기업가치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구독 기반 게임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기획하면서 창업 초기 실패 원인의 다수가 제품보단 '비즈니스 준비 부족'에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인챈트는 팀이 신청하는 즉시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는 롤링 어드미션(rolling admission)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특정 일정에 맞춘 고정 코호트 없이 팀 단위로 즉시 출발하는 방식이다. 수습이 아니라 실전 중심의 협업이 기조이며, 게임 산업 경험이 풍부한 AAA급 출신 베테랑들과 함께 실시간 빌드 점검과 시장 출시에 집중한다.
참여 기업은 50만 달러(약 7억 2,000만 원)에 달하는 개발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크레딧 등도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피치덱 훈련과 펀딩 준비, 마케팅 전략 수립, 법률 고문 매칭, 유저 확보 및 그랜트 지원까지 실무에 직결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프로그램 운영비는 월 정액 이용료와 펀딩 성과에 따른 성공 수수료로 구성되며, 프로그램이 투자 유치나 매출 성장을 돕는 경우 성과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팀 헛튼(Tim Horton), 서튼 트라우트(Sutton Trout), 안드레이 파인버그(Andrey Feinberg) 등 업계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테트리스와 앵그리버드 등 유명 게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수십 명의 멘토진이 팀별 전담 멘토링을 제공한다. 모두 스타트업 성공에 연동된 보상 모델에 따라 활동해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파트너십을 우선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애플리케이션이 시작된 후 인챈트에는 게임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AI 툴 개발사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글로벌 팀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게임과 AI를 결합한 기술 중심 스타트업의 참여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유네고브스키는 "다음 게임 창업 세대는 기술 지향적이고, 글로벌 감각이 있으며, 초기 지분 희석에 민감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사업성 확보에 주력하는 새로운 액셀러레이터 모델이 이들을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