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새로운 방패 '레드팀'… 보안 테스트가 필수가 된 이유

| 김민준 기자

AI 모델을 겨냥한 공격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전통적인 사이버 방어 체계로는 한계에 직면했다. 이미 전 세계 기업의 77%가 적대적 공격(adversarial attack)을 경험했고, 이 중 41%는 프롬프트 주입(prompt injection)이나 데이터 중독(data poisoning)을 통해 발생했다. 이에 따라 AI 개발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적대적 테스트, 즉 ‘레드팀’ 활동이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언어모델(LLM) 개발 과정에서 보안을 마지막 절차가 아닌 초기 설계 단계부터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개발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레드팀 테스트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실시간 위협 노출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트너는 2024년 보안 운영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보고서에서 이를 '지속적 위협 노출 관리(CTEM)'로 정의하며, 이를 DevSecOps 커뮤니티가 반드시 도입해야 할 프레임워크로 꼽았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100여 개 이상의 생성형 AI 제품을 대상으로 레드팀 테스트를 단행하며, '자동화된 위협 탐지'와 '전문가의 수동 검증'을 결합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픈AI는 아예 외부 전문가와 협업해 설계 초기 단계부터 배포 이후까지 전 과정에 걸쳐 지속 가능한 보안 검증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AI 규제법(AI Act) 역시 이러한 지속적 레드팀 테스트를 의무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AI 보안 기준 강화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레드팀은 단순한 모의 해킹을 넘어, AI 모델 자체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를 찾아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모델 회피(Model Evasion), ▲모델 반전(Model Inversion), ▲이중용도(frontier dual-use) 악용처럼 AI만의 고유한 공격 형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기업은 치명적인 정보 유출과 기능 오작동을 겪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통합 머신러닝 운영(MLOps) 환경은 AI 모델 보안의 사각지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러 개발 프로세스가 긴밀히 연동되는 만큼, 특정 약점이 전체 시스템으로 확산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메타(META), 앤트로픽(Anthropic),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주요 AI 기업들은 각각 구조화된 레드팀 전략을 전사 프로세스에 정착시키고 있다.

메타는 자동 반복형 테스트 도구 ‘MART’를 통해 취약점을 빠르게 포착하고 있으며, 앤트로픽은 인간 전문가의 주도적 평가를 전면에 내세워 신뢰성과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파이썬 기반 리스크 탐지 도구(PyRIT)를 활용해 AI 보안 전문가와 데이터 분석전문가가 함께 협업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고, 오픈AI는 글로벌 외부 보안 인재들과의 협력으로 프롬프트 주입 및 허위 정보 노출에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선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다층적 레드팀 전략은 AI 모델을 능동적으로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 자동화에 그치지 않고, 수작업 검증과 반복 개선을 결합함으로써 실제 공격 시나리오에 대한 선제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실천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첫째, AI 모델 설계 초기부터 공격 가능성을 반영해 보안을 통합하고, 둘째, 실시간으로 감지 가능한 예측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자동화와 인간의 판단력을 조화롭게 병행하고, 넷째, 외부 전문가에 의한 주기적 검토를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신 위협 정보에 기반한 선제적 방어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AI 보안에서 레드팀 전략은 단순한 점검 단계를 넘어서, 신뢰할 수 있는 모델 개발을 위한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AI 기반의 비즈니스가 확산되는 지금, 공격자보다 한 발 앞서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