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이머전스AI(Emergence AI)가 기업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단 몇 분 만에 자동화할 수 있는 플랫폼 'CRAFT'를 공개했다. IBM 리서치 출신 연구진이 설립한 이 기업은 자연어로 지시하면 AI 에이전트들이 일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앞서 선보여 주목을 받았으며, 이번에 출시한 CRAFT는 그 가능성을 기업 인프라 전반으로 확장한 사례다.
CRAFT는 기술팀의 개입 없이도 기업의 모든 데이터를 분석, 구조화, 저장하며 검색 가능하게 만든다. 사용자는 단순한 자연어 입력만으로 해당 목적에 맞는 AI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오픈AI의 GPT-4o, GPT-4.5를 포함해 안트로픽의 클로드 3.7 소넷, 메타의 라마 3.3 모델과 호환되고, 랭체인(LangChain), 크루 AI(Crew AI), 마이크로소프트 오토젠(Autogen) 등의 오케스트레이션 프레임워크도 지원한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CRAFT라는 이름이 나타내듯, Create(생성), Remember(기억 저장), Assemble(구성), Fine-tune(미세조정), Trust(신뢰성)이라는 작업 프로세스를 순환시키는 것으로, 여기에 ‘에이전트가 또 다른 에이전트를 생성하는’ ACA(Agents Creating Agents) 기술이 도입돼, 복잡한 멀티태스크를 오직 몇 줄의 지시로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이머전스AI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사티아 니타(Satya Nitta)는 “오케스트레이션이야말로 진정한 AI의 영역이며, 우리는 이를 수년간 연구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CRAFT가 개발자 전용 도구가 아닌, 일반 비즈니스 사용자도 활용 가능한 시스템임을 분명히 했다. 기업 내 AI 활용을 위한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점에서 업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지닌다.
이미 반도체, 석유·가스, 통신, 헬스케어 등의 대기업 현장에서 CRAFT는 실전 배치되고 있다. NI/에머슨(NI/Emerson)은 자사 반도체 테스트 시스템에 CRAFT를 통합함으로써 실시간 품질 분석과 수율 개선을 달성한 사례를 내놨다. 또 글로벌 채용 플랫폼 안델라(Andela)는 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인재들의 AI 에이전트 설계 및 데이터 거버넌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머전스AI는 2024년 말 스텔스 모드에서 벗어나 약 1억 달러(약 1,440억 원)의 초기 투자금을 유치하며 공식 출범했다. 기존 빅테크 시스템보다 벤더 호환성을 내세운 교차 플랫폼 에이전트 관리자로 시장에 눈도장을 찍은 뒤, 2025년에는 코드 작성 없이 실시간 워크플로우를 생성할 수 있는 무코드 AI 도구를 발표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CRAFT는 현재 프라이빗 프리뷰 형태로 제공되고 있으며, 향후 프리(Free), 프로(Pro), 엔터프라이즈(Enterprise)의 세 가지 요금제로 나뉘어 상용화된다. 특히 프로 및 엔터프라이즈 구독자에게는 데이터 거버넌스, 인프라 유연성, 보안 규제 준수(SOC 2, GDPR 등)가 포함된 고급 기능이 제공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이 가져올 변화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비개발자도 전략적 AI 인프라를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 아키텍트’로 거듭난다는 데 있다. 데이터 중심의 AI 시대에서 기업은 단순한 도구 사용에서 벗어나, AI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이머전스AI는 이를 실현할 정보 처리의 ‘중추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