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클라우드 인프라 활용 과정에서 겪는 핵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초기에는 빠르고 유연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개발 생산성을 끌어올려주는 도구처럼 여겨졌지만, 실제 운영 단계에 들어서면 비용이 폭증해 수익성을 갉아먹는 *함정*으로 바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AI 모델 훈련 및 추론 작업을 위해 클라우드 기반 GPU 인스턴스를 이용한다. 클릭 몇 번이면 원하는 연산 자원에 접속할 수 있어 초기 실험과 프로토타입 개발에는 최적의 환경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처럼 손쉬운 접근성 뒤에는 거대한 비용 폭탄이 숨어 있다. 특히 AI 추론(inference)이 서비스 수준 유지를 위해 연중무휴로 작동해야 할 경우, 예측 불가능한 사용량 증가에 따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실제 사례를 보면, 단지 AI 추론 트래픽만으로 매달 6,000달러(약 860만 원)에서 5만 달러(약 7,200만 원) 범위로 청구 비용이 급증한 기업도 있다. 이는 대부분 클라우드 플랫폼이 GPU 수요가 급증할 경우 자원 접근 우선순위를 보장받기 위해 예약 용량을 미리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비수기에는 이 자원이 놀면서 고스란히 비용으로 전가되는 구조다.
또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추론은 비결정적(non-deterministic) 특성을 갖고 있어 결과값이 매번 다르며, 긴 문맥을 처리할 경우 토큰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요금까지 불확실하게 치솟는다. 이는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확장성과 운영 예측성을 동시에 흔들어 놓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부상하는 것이 바로 *하이브리드(Hybrid)* 인프라 전략이다. 추론 작업은 장소 지연(latency)을 최소화하면서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는 온프레미스(in-house) 혹은 콜로케이션(colocation) 환경으로, 반면 간헐적이고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훈련은 클라우드에서 수행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하이브리드 구조를 도입한 기업 중 한 곳은 월 4만 2,000달러(약 6억 원) 수준이던 AI 인프라 비용을 9,000달러(약 1억 3,000만 원)로 줄이며 80% 가까운 비용 절감을 이뤄냈다.
하드웨어 구매와 초기 셋업이라는 진입 장벽에도 불구하고, 엔지니어링 역량이 있는 팀이라면 대부분 자체 구축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평균적으로 온프레미스 GPU 서버는 클라우드에서 6~9개월간 사용 시 발생하는 비용 수준에서 확보 가능하며, 하드웨어 수명이 3~5년에 달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투자 대비 수익성이 압도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전략은 비용 절감 외에도 예측 가능한 운영, 지연 최소화, 규제 준수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금융, 헬스케어, 교육처럼 데이터 주권 및 제도적 요건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콜로케이션 방식이 제출 가능한 유일 해법이 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하이브리드 구조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며 운영 상 복잡도는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기술기업들이 서비스 확장을 위한 지속가능한 선택지로 이를 채택하고 있다. 결국 AI 인프라의 성공 여부는 특정 워크로드를 얼마나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에 맞는 아키텍처를 도입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클라우드는 여전히 훌륭한 실험 플랫폼이지만, 상시 운용되는 추론 작업까지 무분별하게 맡기기에는 부담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엔지니어와 함께 장기적인 비용 모델을 검토하고, 필요시 운영 전략을 유연하게 재설계하는 것이 기업의 AI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