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기술의 상용화가 본격화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파일럿(시험적)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대다수인 가운데, 일부 포춘 500대 기업은 이를 체계적으로 전환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마트(WMT), 제이피모간체이스(JPM), 노바티스, GE, 맥킨지, 우버(Uber) 등은 AI를 단순한 기술 실험으로 여기지 않고, 명확한 비즈니스 목표에 기반해 운영 체계 전반에 걸쳐 통합 적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AI를 통해 연간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 이상의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단순한 모델 도입을 넘어, 의사결정 구조와 거버넌스, 예산 집행 모델, 인재 육성, 문화적 의식 전환까지 조직 차원의 전면적 변화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은 AI 프로젝트에 앞서 C레벨 경영진이 주도하는 ‘전사 AI 전략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모든 AI 투자가 핵심 비즈니스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엄격히 검토하고 승인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월마트의 경우, AI 프로젝트가 고객 경험 개선, 물류 비용 절감, 의사결정 고도화, 공급망 효율화, 혁신 촉진이라는 다섯 가지 기준 가운데 하나 이상과 반드시 일치해야만 예산 지원이 승인된다. 제이피모간체이스는 300개 이상의 AI 프로젝트를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연간 1~15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 ~ 2조 1,500억 원) 수준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기업들은 ‘포인트 솔루션’이 아닌 통합형 플랫폼 위주의 전략을 구사한다. 월마트가 구축한 ‘Element’ 플랫폼은 AI 실험을 빠르게 제품화하는 데 필요한 거버넌스, 법적 컴플라이언스, 보안 체계가 이식된 머신러닝 인프라를 제공한다. 제이피모간체이스 역시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에 약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투자해 38%의 업무를 AI 전용 환경으로 이전했다.
AI 도입 초기에는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최신 기술 중심의 케이스를 추구하기 쉬우나, 실제 성공 기업들은 ROI 중심의 실용적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노바티스는 초기에는 과도한 기대감으로 인한 실패를 겪었으나, 이후 임상시험 일정 단축, 자금 흐름 예측 최적화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며 구체적 수익을 실현했다.
기업 내부에서는 AI 운영을 위해 전통적인 IT구조가 아닌 ‘AI POD’라는 명칭의 소규모, 다기능 협업 조직이 구성되고 있다. 맥킨지가 개발한 AI 비서 시스템 ‘Lilli’의 경우, HR, 재무,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관리자 등이 초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회사 전반에 AI 적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 같은 AI 활용 확산은 단순히 기술을 배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전체 조직의 변화 관리와 직원 역량 강화가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제이피모간은 전체 직원 교육 시간을 4년간 5배 확대했으며, 신입사원 전원에게 생성형 AI 사용법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3만 명 이상 직원을 디지털 업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전사적 AI 문해력을 눈에 띄게 향상시켰다.
프로젝트 성과 측면에서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단순히 정확도나 예측률을 넘어, 비즈니스 가치로 환산 가능한 KPI를 설정하고, 일정 기간 목표 미달성 시 과감히 종료되거나 구조가 조정된다. 월마트는 다수의 AI 파일럿을 중단시키는 대신, 성공한 AI 서비스를 100개 이상 제품화해 전사적으로 확대 적용했다.
이러한 반복적 학습과 확장이 가능한 이유는 AI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초기 사례에서 도출한 경험과 프로세스를 전체 조직에 공유하고, 다음 단계에 반영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GE가 일부 장비의 예지 정비에 AI를 적용했던 사례는 이후 산업용 장비 전반으로 확대되며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졌다.
궁극적으로 AI 도입에는 플랫폼 구축, 인재 확보, 기술 투자뿐 아니라 감춰진 비용인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가 필수다. 맥킨지는 AI 콘텐츠 관리와 개인정보 보호를 담당하는 70명 이상의 전문가를 투입해 자체 AI 플랫폼을 기업 전반에 확산시켰다. 이는 전체 AI 예산의 20~3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끝으로, AI를 현업에 자연스럽게 통합한 조직들은 기술을 ‘대체자’가 아닌 ‘보완 수단’으로 보고 있다. 제이피모간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은 AI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인식은 오해라며, “모든 직무는 AI로 인해 변화할 것이며, 이는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기회”라고 강조했다.
AI의 진정한 ROI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조직의 비전, 구조, 문화, 실행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이야말로 파일럿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AI 전략으로 전환해야 할 적기다. 준비된 기업조차 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