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원, AI 상담원 실전 배치…車금융 전환율 55%↑

| 김민준 기자

캐피털원(Capital One)이 자사의 조직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스템을 개발해 자동차 금융 부문에 적용하고 있다. 기존 고객 응대방식을 재구성한 이 플랫폼은 AI가 인간 담당자처럼 고객과 함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다.

마일린 나파데(Milind Naphade) 기술수석부사장 겸 AI기반팀 총괄은 최근 AI 콘퍼런스 ‘VB 트랜스폼 2025’에서 "15개월 전부터 인간 에이전트의 행동 방식을 AI에 학습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며, "단순한 기술 이상으로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및 감사체계까지 모사한 구조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캐피털원은 정책과 규정을 기반으로 다른 AI 에이전트를 평가하는 평가 전용 AI를 함께 운용하고 있다. 일종의 전문성 분업 '전문가 팀'처럼 AI들이 상호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다.

AI 에이전트는 특히 캐피털원의 자동차 금융 부문에서 강력한 성과를 내고 있다. 캐피털원의 파트너 딜러들은 AI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시승 가능한 차량 재고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이러한 대화형 상담 방식은 구매 전환율과 고객 참여도 면에서 최대 55% 향상을 가져왔다. 나파데 부사장은 "딜러들은 이 AI를 통해 진성 구매 문의를 훨씬 더 잘 유도하고 있으며, 24시간 중단 없이 운영이 가능해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캐피털원은 향후 여행 부문에도 유사한 AI 시스템 도입을 고려 중이다. 특히 JFK 국제공항 라운지 개장 등으로 여행 부문 고객 접점이 늘어난 만큼, 보다 자연스러운 실시간 고객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나파데 부사장은 "범용 적용 이전에 철저한 내부 실험과 테스트 과정이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덧붙였다.

이러한 시스템 개발에는 막대한 데이터와 맞춤형 모델 설계가 핵심이다. 캐피털원은 모델 증류(model distillation) 기법을 활용해 복잡한 모델의 학습 효율을 높이고, 멀티토큰 예측 및 데이터 사전 로딩 같은 최적화 전략도 병행 중이다. 나파데 부사장은 “AI가 고객의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이 역할을 수행하는 이해 에이전트가 가장 많은 자원을 소모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과거에 참고할 선례가 없어 수차례 반복 실험과 평가, 인간 개입 테스트를 거쳤다"며, “결국 우리만의 기준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했다. 금융 산업에서 AI 에이전트 도입은 이제 초기 단계를 넘어 실용성과 효과성을 입증해가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캐피털원의 사례는 그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신호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