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용 생성형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더스트(Dust)가 연간 반복 매출(ARR) 600만 달러(약 86억 4,000만 원)를 돌파하며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단 1년 만에 6배 성장한 수치로, 기업용 AI 솔루션이 단순한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넘어 실제 업무 수행까지 자동화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스트는 사용자의 손을 거의 거치지 않고 고객 관리 시스템(CRM) 업데이트부터 코드 리뷰 자동화, 회의 일정 등록까지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를 제공한다. 더 이상 초안을 생성하거나 요약만 제공하는 도우미가 아닌, 실질적인 업무 주체로서 기능하는 AI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더스트는 최근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기반 생태계(Powered by Claude)’에 공식 편입됐다. 이는 자체 언어 모델을 개발하는 대신,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와 같은 고성능 LLM을 바탕으로 특화된 기업형 도구를 구축하는 전략을 취하는 AI 스타트업을 지칭한다.
더스트의 CEO 가브리엘 위버(Gabriel Hubert)는 벤처비트 인터뷰에서 “이제 고객은 말만 하는 챗봇이 아니라 실제 액션을 취하는 AI를 기대한다”며 “예를 들어 판매 전화를 분석해 가망 고객이 반응한 영업 전략만 추출하고, 이를 세일즈포스에 자동 입력하거나 기능 개발 요청을 바로 깃허브 이슈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고차원 자동화가 가능해진 핵심 배경에는 앤트로픽이 개발한 MCP(Model Context Protocol)라는 표준이 있다. 이를 통해 AI 에이전트는 외부 시스템에 안전하게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앤트로픽의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 총괄 기욤 프랭센은 MCP를 “AI 모델과 앱을 연결하는 USB-C”에 비유하며, 이 기술이 엔터프라이즈 AI 자동화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스트는 구독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며, 사용자 1인당 월 40~50달러를 청구하고 있다. 고객은 소규모 스타트업부터 수천 명이 근무하는 대기업까지 다양하며, 이를 통해 수천 개의 워크스페이스를 확보한 상태다.
기업용 보안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주목된다. 위버는 “AI가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데이터 권한과 에이전트 사용 권한을 분리하는 원천적 보안 설계가 필수”라며, 이를 위해 기본 탑재된 퍼미션 레이어와 앤트로픽의 데이터 미보관 정책이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매출 성장과 더불어 더스트의 성공은 생성형 AI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전환점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AI 역량 내재화를 위해 자체 모델 개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클로드 4 같은 기반 모델에 맞춰 고도화된 오케스트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변화가 감지된다.
실제로 더스트처럼 ‘AI 네이티브’로 분류되는 기업들은 기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와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들은 높은 수준의 AI 성능에 특화된 도메인 지식을 결합해 고객 맞춤형 워크플로우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 하에서 엔터프라이즈 고객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보조 역할을 넘어서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 내 소프트웨어 구매 및 활용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데이터 연결과 업무 흐름 통합을 위한 복잡한 API 연동 대신, AI가 기존 시스템 내에서 작업을 수행하도록 구성하는 방식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위버는 “우리의 목표는 기업 전반의 워크플로우에 보편적인 AI 작동 원리를 이식하는 것”이라며 “모든 업무가 지능화되고 퍼미션 시스템이 뒷받침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에이전트 운영체제(OS) 수준의 플랫폼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용 AI 도입이 실험 단계에 머물던 시대는 지나고, 이제는 실질적인 과업 수행을 통해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는 시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더스트의 실적이 보여주고 있다. AI가 비서가 아닌 디지털 직원으로 자리잡아가는 흐름 속에서, 더스트는 가장 빠르게 미래의 일터를 재정의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