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에 ‘기억의 두뇌’ 탑재… 세계 최초 ‘멤OS’ 공개

| 김민준 기자

중국 상하이교통대와 저장대를 포함한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인간 수준의 기억력을 구현한 인공지능(AI) 운영체제 '멤OS(MemOS)'를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AI의 고질적인 단기 기억 한계를 해결하면서, 실사용 맥락에서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학습하는 시스템 구축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AI가 인간처럼 기억하고, 상황에 맞춰 그 기억을 꺼내 쓰는 능력은 '범용 인공지능(AGI)' 실현의 핵심 조건으로 꼽혀왔지만, 기존 시스템은 매번 대화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이에 따라 맥락이 단절되거나 사용자 정보를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했고, 실제 업무에서의 활용에도 제약이 컸다. 멤OS는 이를 뒤집는 새로운 아키텍처를 통해 대화의 연속성과 축적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추론이 가능한 AI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멤OS는 기존 AI 모델이 CPU나 저장 공간을 관리하듯 '기억'을 핵심 자원으로 취급한다. 연구팀은 메모리 블록 단위로 구성되는 '멤큐브(MemCubes)'라는 표준화된 기억 단위를 도입해, AI가 과거 정보를 구조화, 저장, 재구성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최대 159%의 시간 추론 능력 개선과 최대 94%의 응답 속도 향상이 확인됐다. 실제 테스트에서는 오픈AI(OpenAI)의 기존 시스템을 비롯한 주요 메모리 시스템을 모두 능가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기업 활용 측면에서도 파급력은 상당하다. 멤OS의 '크로스 플랫폼 기억 이동성’은 하나의 AI가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 간에 학습한 정보를 손실 없이 공유하도록 설계됐다. 예컨대, 한 플랫폼에서 고객 정보를 축적한 뒤 다른 플랫폼에서 이를 다시 활용할 수 있어, 기업은 단절 없는 사용자 경험과 고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연구진은 나아가 전문가 지식을 유료 모듈화해 판매하는 '기억 마켓플레이스' 모델도 구상 중이다. 이 개념에 따르면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 같은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경험 기반 지식을 모듈화해 AI 시스템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멤OS는 'API 인터페이스층-기억 운영층-저장 관리 기반층'의 3단계 구조를 갖는다. 각 단계는 기억의 생성, 진화, 삭제를 유연하게 관리하며, 기존 AI 시스템이 가진 고정적인 기억 구조를 탈피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학습된 모델 파라미터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 경험을 '기억화'하고 이를 재활용하는 프로세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연구팀은 이 개념을 '멤트레이닝(mem-training)'이라 불렀다.

현재 멤OS는 오픈소스로 깃허브에 공개됐으며, 리눅스 기반 지원과 함께 HuggingFace, OpenAI, Ollama 등 주요 AI 플랫폼과의 연동도 준비되어 있다. 연구진은 이후 윈도우와 맥OS로의 확장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데모를 넘어 기업과 개발자들의 실사용을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업계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오픈AI의 ChatGPT, 앤트로픽(Anthropic), 구글(GOOGL) 등도 각각 '지속형 메모리 기능'을 실험해왔지만, 멤OS처럼 체계적으로 메모리를 관리하는 운영체제 수준의 해법은 전례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스템이 앞으로 AI 업계의 핵심 경쟁력이 '모델의 크기'에서 '기억의 질과 운용 방식'으로 옮겨갈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향후 모델 간 기억 공유, 자가 진화하는 기억 블록, 기억 모듈 생태계 확대 등 후속 연구를 예고했다. 무엇보다 이번 발표의 의미는 단순 기술 구현에 있지 않다. AI 시스템의 핵심 자원으로 ‘기억’을 정의하고 이를 컴퓨팅 기반으로 설계한 발상 자체가 산업 전반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AGI로 향하는 여정에서, 가장 인간에 가까운 설계를 담아낸 이 ‘기억의 운영체제’는 AI의 미래를 다시 쓰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