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인공지능(AI) 도입을 둘러싸고 개방형(open) 모델과 폐쇄형(closed) 모델, 혹은 하이브리드 전략 중 어떤 선택이 더 나은지를 놓고 기업들의 전략이 다양하게 갈리고 있다. GM과 IBM, 줌 등 미국 대기업 관계자들은 최근 열린 'VB 트랜스폼 2025 컨퍼런스'에서 각자의 AI 모델 도입 방식을 소개하며, 기술적 요인뿐 아니라 비용, 신뢰성, 확장성 등 비즈니스적 고려가 함께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GM의 첫 최고 인공지능 책임자(CAI)로 최근 취임한 바라크 투롭스키는 과거 오픈소스로 공개된 대규모 언어모델(LLM)들이 AI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오픈소스 공개가 오픈AI의 성공을 이끌었고, 그 결과가 아이러니하게도 폐쇄형 모델의 등장이었다"며, "지금은 다시 개방형으로 되돌아가려는 흐름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GM은 내·외부 목적에 따라 개방형과 폐쇄형 모델을 혼용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BM 역시 초기에는 자체 LLM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구축했지만, 이후 더 강력한 외부 모델들과의 연계를 필요로 하게 되면서 방향을 틀었다. IBM의 인공지능 플랫폼 부사장 아르만드 루이즈는 최근 기업 고객들에게 다양한 공개 모델을 선택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모델 게이트웨이’ 기능을 공개한 사실을 소개하며, "개념 검증 단계에서는 모델의 종류보다 실현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벤처캐피털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미 CIO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37%가 5개 이상 모델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이전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루이즈는 "선택지가 많은 것이 자유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며,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활용 사례부터 선별한 뒤 최적화된 모델을 선정하도록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줌(Zoom)의 기술총괄 쉬웨동 황은 자사의 인공지능 기능인 ‘AI 컴패니언’이 두 가지 구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나는 줌 자체의 소형 언어 모델과 더 높은 성능을 지닌 대형 모델을 함께 쓰는 방식이며, 또 다른 구성은 여러 모델 사용이 부담스러운 고객을 위해 줌 단일 모델로 운영되는 옵션이다. 황은 "2억 개 파라미터의 우리 모델은 작지만, 특정 복잡한 작업에서는 산업 특화 모델보다 우수하다"며, "소형 모델과 대형 모델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AI 환경이 다변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 고객들은 단일 해법보다는 다양한 조합을 통해 각자의 목적과 요구에 최적화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개방형과 폐쇄형 사이의 명확한 우열은 없으며,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적용 가능성과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메시지가 이번 논의에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