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앤트로픽에 추가 투자 검토… AI 인프라 '레이니어' 가속

| 김민준 기자

아마존(AMZN)이 자사 인공지능(AI) 전략의 핵심 파트너인 앤트로픽(Anthropic)에 다시 수조원대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투자 논의가 수십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며, 아마존 이사회는 이에 대해 내부 협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이미 앤트로픽에 약 138억 달러(약 19조 8,000억 원)를 투자한 바 있다. 대부분 전환사채 형태로 제공된 이 자금은,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다. 이번 투자 역시 유사한 수단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지난해 11월 양사가 함께 발표한 40억 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건도 사전에 유사하게 보도된 바 있다. 당시 아마존은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앤트로픽이 AI 칩 개발 및 시장 전략 부문에서 협력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아마존이 지분 33% 이상을 확보하지 않도록 제한선을 설정해두었다. 이는 구글(GOOGL) 역시 동일하게 적용받는 조건으로서, 구글은 현재까지 앤트로픽에 총 30억 달러 이상(약 4조 3,000억 원)을 투입했다.

앤트로픽은 AWS와 구글 클라우드의 서버 인프라를 함께 사용하며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가장 최근 모델인 '클로드 4 오퍼스(Claude 4 Opus)'는 5월에 출시돼 코드 생성, 논리 추론, 장기 기억력 등 여러 AI 성능 지표에서 기존 모델을 능가했다. 이 모델은 단순 지시 수행에 그치지 않고, 복잡한 질문에 대해 더 정교한 응답을 위해 추가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추론 모델로 개발됐다.

클로드 모델 시리즈는 챗봇 형태로 제공되며, 별도로 API 연동도 가능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 플랫폼의 연간 매출 실행률은 현재 40억 달러(약 5조 7,600억 원)를 넘어선 상태다. 이는 불과 두 달 전인 5월의 30억 달러에서 대폭 상승한 수치다.

AI 모델의 연산 요구가 급증함에 따라, 앤트로픽은 AWS와 ‘프로젝트 레이니어(Project Rainier)’라는 공동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의 중심은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건설 중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단지로, 기본적으로 16개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30개로 확장됐다. 전체 전력 소비는 2.2G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오픈AI의 첫 스타게이트(Stargate) 데이터센터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수치다.

AWS는 이 단지를 위해 특수 설계한 EC2 울트라서버 수만 대를 배치할 방침이다. 각 울트라서버에는 16개의 자사 AI 칩인 트레이니엄2(Trainium2)가 탑재되며, 이는 이전 세대보다 성능과 전력 효율이 두 배 향상된 버전이다.

한편 앤트로픽 외에도 대형 언어모델(LLM) 개발사들은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xAI는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며, 기업 가치는 1,200억 달러로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빅테크의 AI 투자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면서, 앤트로픽이 이번에도 아마존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