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말하기 어려운 사람의 ‘진짜 목소리’까지 듣는다…음성 기술의 혁명

| 김민준 기자

AI 음성 기술은 현재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접근성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향해 진화하고 있다. 기존 음성 비서는 또렷하고 일반화된 발음을 기준으로 작동하지만, 신경 질환이나 언어 장애 등으로 발화 방식이 전형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기술은 여전히 차별적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전이 학습, 합성 음성 기술, 실시간 음성 보정 등의 발전으로, 더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음성 인공지능이 현실화되고 있다.

자동차와 모바일 플랫폼에서 음성 시스템을 개발하며 수없이 목격한 것은, 표준적인 음성 모델 바깥에 있는 사용자의 말은 쉽게 무시된다는 점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해법으로 전이 학습이 주목받는다. 전이 학습을 통해 기존의 대규모 모델이 개인의 고유한 발화 방식에 맞추어 미세 조정되며, 이를 기반으로 텍스트 인식뿐 아니라 사용자 맞춤형 합성 음성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특히 루게릭병이나 뇌성마비, 말더듬 증상 등 비표준 언어패턴을 가진 사람들에게 핵심적이다. 예컨대 기존에는 잘못 인식되거나 누락되던 말들을, 새로운 딥러닝 모델이 정확히 해석하고 음성을 재구성함으로써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들을 포함할 수 있게 한다. 최근엔 적은 음성 샘플만으로도 감정과 억양이 담긴 개인 맞춤형 목소리를 생성하는 합성 음성 솔루션도 등장해, 컴퓨터가 사람의 감성을 반영한 응답을 가능케 했다.

실시간 보조 음성 보정 시스템도 상용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흐트러지는 발음을 자동으로 다듬고, 끊긴 대화를 이어붙이며,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과 문맥을 고려해 음성 출력에 반영한다. 이는 단순한 전달을 넘어 의사 표현의 풍부함까지 돕는 도구로 진화한 셈이다. 예측 입력, 감정 추론, 시선 추적 기반 입력 등 다양한 기술이 병합되면서 사용자 중심의 맞춤형 대화가 가능해지고 있다.

음성 기술이 단지 소리를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발화를 잃은 루게릭병 환자의 미약한 호흡음만으로 문장을 재구성해 듣게 했던 프로젝트 사례처럼, 음성 인식은 이제 신체 기능을 초월해 정체성을 복원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개발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모든 사용자를 위한 음성 기술을 만드는 일은 선택이 아닌 책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연합학습을 도입하고, 지연을 최소화하는 엣지 컴퓨팅 역량도 갖춰야 한다. 접근성이 내장된 AI는 단지 윤리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10억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장애 인구를 포함한 방대한 시장 기회를 의미한다는 현실적 인식도 필요하다.

음성 인터페이스는 점점 더 일상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노년층, 외국어 사용자, 일시적 언어 장애를 겪는 사람 등 누구에게나 맞춰야 한다. 궁극적으로 대화형 AI는 말을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로 진화해야 하며, 그 시작은 바로 모든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