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인공지능(AI)이 이끄는 4세대 기술혁신에 직면하면서, 단순한 기술 수용을 넘어선 전략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엠마 브런스킬(Emma Brunskill)과 SAP 글로벌 연구·혁신 부문 총괄 야드 오렌(Yaad Oren)은 최근 개최된 버추얼 테크 컨퍼런스 'Transform 2025'에서 AI 도입이 실제 기업 가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중심으로 논의했다.
오렌은 현재의 생성형 AI는 사용자 경험(UX), 애플리케이션 자동화, 그리고 기업 플랫폼 영역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SAP는 2025년까지 자사 애플리케이션 내에 탑재될 AI 기능을 230개에서 4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는 "기술보다 앞서 해결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지 눈에 띄는 AI 아바타나 영상 제작 기술보다는, 비용 절감·생산성 향상·위험 최소화와 같은 실질적 효과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브런스킬은 AI가 인간과 협력해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주목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 도구를 '생산성 향상 수단'으로 설명할 경우, 사용 빈도가 떨어진 반면 '작업 보조 도구'로 인식될 때는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인식 차이가 기술 확산의 핵심이며, 이를 통해 고객과 조직, 사회 전반의 이익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AI 발전의 결정적 기준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범용 인공지능(AGI) 역시 주요 화두였다. 오렌은 "AGI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그에 이르는 과정에서 데이터 플랫폼, 로보틱스, 양자 컴퓨팅, 클라우드 아키텍처 등 다섯~여섯 가지 주축 기술에서 눈부신 도약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런스킬은 평균적인 인간 직업군 수준의 인지능력을 AI가 보유하는 순간이 AGI의 정의가 될 것이라며, 특히 화이트칼라 직업군 전체에 걸쳐 구조적 변화가 예고된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품질과 다양성 또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오렌은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로 널리 쓰였던 위키피디아 같은 소스가 이미 과포화 상태라며, 향후 합성 데이터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로보틱스는 기존보다 훨씬 적은 리소스로도 강력한 기능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기업 사용자 경험 역시 감정 인식, 맥락 적응형 인터페이스 등 차세대 UX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30년 이후 사회에 진입할 세대는 지금과 전혀 다른 정서적 연결 중심의 UX를 요구할 것”이라며, AI 기술이 개인 맞춤화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기업 경쟁력 유지가 어렵다고 했다.
AI의 미래는 단지 기술의 발전 속도로 판단할 수 없다. 절대적인 기술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가라는 점이다. 기업의 기술 리더는 지금 이 순간이 향후 5년을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