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AI 코딩 툴 '키로' 출시…코파일럿 뛰어넘는 '명세 중심' 혁신

| 김민준 기자

아마존이 인공지능 기반 개발 도구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오픈소스로 개발한 신형 AI 개발 환경 툴 ‘키로(Kiro)’를 정식 공개한 것이다. 이는 코드 자동완성 기능에 그쳤던 기존의 툴과 달리 ‘명세 기반(Spec-driven)’ 개발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오픈AI의 윈드서프 팀이 최근 구글로 이적하고, 잔여 기술은 코그니션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출시된 만큼 시장의 관심도 높다.

키로는 아마존이 투자한 안트로픽의 최신 AI 모델 클로드 소네트 3.7과 4.0을 기반으로 동작하며, 개발자들이 기획부터 배포까지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창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무료 공개 미리보기(preview) 형태로 제공되며, 이후 월 19달러(약 2만 7,000원)부터 시작하는 유료 요금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 도구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코드를 생성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리뷰 기능 추가’와 같은 간단한 명령어를 기점으로 사용 시나리오, 데이터 플로우 및 API 설계 문서, 작업 목록과 테스트 케이스까지 자동으로 구성한다는 점이다. 이는 빠른 프로토타이핑에만 의존했던 기존 AI 코딩 도구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키로 내부에는 작업의 흐름 관리, 자동 문서화, 보안 검사 등 반복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에이전트 후크(agent hooks)’ 기능이 포함돼 있어, 개발 품질이 자연스럽게 표준화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구성요소 저장, 파일 수정, 커밋 전송 등과 같은 일반적인 작업 흐름에 따라 자율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설정이 가능하다.

기술적 기반은 오픈소스 버전의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Code OSS)로 구축되었다. 덕분에 기존 VS 코드 확장 프로그램과 설정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키로가 구현하는 에이전트 중심의 멀티모달 채팅 기능과 문맥 기반 명령 수행, 사양 일치 검증 등의 고급 기능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아마존은 이미 AI 코드 추천 서비스인 Q 디벨로퍼도 운영 중이지만, 키로는 특정 IDE에 종속되지 않고 윈도우, 맥, 리눅스 등 다양한 운영체제에서 자유롭게 구동된다는 점에서 포지션이 다르다. 또한 Q 디벨로퍼가 코드 스니펫 수준의 추천에 초점을 맞춘 반면, 키로는 프로젝트 전반의 요구 명세와 설계 문서를 바탕으로 전체 구현 흐름을 가이드한다.

시장 반응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개발자 포럼 해커뉴스에선 키로의 출시 직후부터 토론이 시작됐으며, 아마존 AWS의 시니어 개발 옹호자인 네이선 펙이 직접 사용법과 기술 배경을 설명하며 질문에 답했다. 일부 개발자들은 간단한 텍스트 지시로 구조적 설계를 유도하는 기능에 대해 호평했으며, 일부는 인증 오류나 호환성 문제, Dev 컨테이너 지원 부족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키로가 제공하는 명세 중심의 접근 방식과 높은 재사용성, 구조화된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특히 개발자를 대체하기보다는 계획부터 구현까지 협업하는 AI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키로는 클로드 코드, 깃허브 코파일럿, 커서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 도구들이 즉각적인 코드 생산에 무게를 뒀다면, 키로는 장기적인 유지보수성과 품질 확보를 고려하는 팀과 개발자들을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구조적이며 계획 기반의 AI 협업형 개발 도구는 향후 AI 코드 생태계 내에서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