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떠난 무라티, 2조8천억 조달한 새 AI 유니콘 '씽킹 머신스' 공개

| 김민준 기자

미라 무라티(Mira Murati)가 이끄는 AI 스타트업 ‘씽킹 머신스(Thinking Machines)’가 대규모 자금 조달과 함께 자사의 첫 번째 제품을 수개월 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 제품에는 오픈소스 구성요소가 상당 부분 포함되며, AI 연구자들과 맞춤형 모델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전망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배경으로 한 이 발표는 무라티가 지난해 9월 오픈AI를 떠난 이후 처음으로 대외적으로 공개한 사업 성과다. 동시에 오픈AI가 자체 오픈소스 모델 출시를 연기한 가운데 나온 발표이기도 해 AI 생태계 내에서 시기적절한 한 수로 평가된다. 특히 오픈AI의 지연은 여러 스타트업과 연구자들에게 개방형 AI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킨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무라티의 씽킹 머신스는 그 공백을 메우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에 발표된 투자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로, 주도 투자자는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인 a16z이며, 엔비디아(NVDA), AMD(AMD), 시스코(CSCO), 제인 스트리트 등 다양한 테크·금융 기업이 참여했다. 무라티는 “인간-컴퓨터 협업을 전제로 한 범용 AI를 개발하고 있으며, 다중모달 환경에서 직관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기술은 사람들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본연의 방식인 언어, 시각, 협업을 기반으로 구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씽킹 머신스 내부에서도 제품 출시를 앞두고 기대감이 높다. 소속 엔지니어 알렉산더 키릴로프는 이를 “세계에서 가장 야심찬 다중모달 AI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고, 엔지니어 호러스 허(Horace He)는 “GPU 효율과 연구자 생산성까지 고려한 최고 수준의 AI 연구 인프라를 구축 중”이라고 소개했다. 기술 투자자로 참여한 a16z의 사라 왕은 “최근 주요 AI 혁신 뒤엔 이 팀이 있다”며 모델 개발의 역량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무라티는 오픈사이언스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향후 씽킹 머신스가 개발한 모델의 세부 사양, 기술 문서, 안전성 모범 사례 등을 공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특히 제품에는 빨간팀 실험, 서비스 후 모니터링 등 안정성과 확장성을 담보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포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공개는 오픈AI의 최신 오픈소스 모델 출시 지연과 맞물리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알트먼(Sam Altman)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모델 공개에 앞서 더 많은 안정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명확한 출시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오픈AI가 처음으로 공개하겠다고 명시한 오픈 가중치 모델이었던 만큼, 전 세계 개발자 커뮤니티의 실망감을 자아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관망 속에 등장한 씽킹 머신스의 행보에 긍정적인 기대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계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올해 초 공개한 오픈소스 모델 ‘DeepSeek R1’은 강화학습 기반 추론 능력과 커스터마이징의 자유도, 로컬 구동 기능을 앞세워 단숨에 시장 판도를 흔들었다. 이후 구글(GOOGL) 등 주요 빅테크 업체들까지 오픈소스 경쟁에 나섰고, 오픈AI 역시 자체 모델 공개를 예고하면서 대응에 나선 상태다.

결과적으로 씽킹 머신스는 업계가 주목하는 AI 기술의 개방성과 사용자 관점의 커스터마이징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구체적인 제품 출시 일정과 오픈소스 비중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기술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AI 생태계에서 한 발 앞서 나가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AI의 민주화와 실용성을 노리는 씽킹 머신스의 다음 발표에 개발자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관심도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