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주권 AI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핵심 행보로 'AI 센터 오브 엑설런스(Center of Excellence, 이하 CoE)' 설립에 나선다. 이번 프로젝트는 엔비디아(NVDA), 시스코(CSCO), 그리고 인도네시아 대표 통신사 인도삿의 지원을 받아 추진되며, AI 연구, 인재 양성, 스타트업 지원 등 다방면에서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주권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CoE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2045년 독립 100주년 비전 ‘골든 비전 2045’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대형 디지털 과제다. 이를 통해 정부, 민간기업, 스타트업, 학계가 협력하는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전 산업에 걸쳐 생산성과 혁신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엔비디아의 ‘AI 테크놀로지 센터’와 시스코의 보안 플랫폼을 활용해 AI 기술 내재화와 사이버 보안을 동시에 강화할 계획이다.
엔비디아의 이니셔티브에는 자사의 인셉션 프로그램을 통한 기술 멘토링과 마케팅 지원, 그리고 딥러닝 인스티튜트를 통한 현지 교육 프로그램 확산이 포함된다. 시스코는 스플렁크와 공동 개발한 보안 운영센터를 통해 현지 AI 인프라에 고도화된 위협 감지 및 데이터 보호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는 AI 활용 주체에 그치지 않고 기술의 창조자이자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노린다.
CoE에는 데이터 기반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AI 팩토리'를 포함해, 엔비디아 블랙웰 GPU, 클라우드 파트너 아키텍처, AI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등 풀스택 AI 인프라가 집약된다. 해당 팩토리는 동남아시아 최초로 엔비디아 GB200 NVL72 칩셋을 도입한 사례로, 생성형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역량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AI 활용의 범용화를 위한 디지털 포용 전략도 병행된다. 인도삿의 전국 통신망을 활용해 2027년까지 수억 명의 인도네시아인이 AI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역 가치에 기반한 AI 정책 프레임워크도 병행해 추진하며, 신뢰 가능한 AI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인재 양성 측면에서 Nvidia와 Cisco는 2027년까지 인공지능, 네트워킹, 보안 분야의 전문 인력 100만 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Nvidia는 스타트업 대상 지원 프로그램과 전문가 훈련 기관을 적극 활용하며, Cisco는 2030년까지 50만 명의 인도네시아인을 기술 전문가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교육 기반 강화는 장기적으로 국가 디지털 자산의 내재화 및 지속 가능한 산업 성과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도삿의 AI 인프라에는 24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참여 중이다. 이들은 교육, 행정개혁, 도시관리, 식량안보, 모빌리티 및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 향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동시에 인도삿과 엔비디아는 무선망을 활용한 AI 기반 RAN(무선접속망) 기술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 주도의 디지털 프로젝트와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긴밀한 협력은 인도네시아가 AI 중심의 신흥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단순 기술 수입국이 아닌 창조적인 혁신국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인도네시아 모델은 향후 다른 개발도상국들에게 AI 격차를 줄이는 모범 사례가 될 가능성도 크다.
인터넷이 세계 경제 지형도를 바꿨던 것처럼, 인공지능은 역시 인류 삶의 구조를 다시 쓰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이 거대한 전환기에서 시민과 기술을 동시에 중심에 두며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AI 기술의 수혜자가 아닌, 그 성장의 주인공이 되려는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