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AI 인프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 블락셀(Blaxel)이 최근 시드 라운드에서 730만 달러(약 105억 원)를 유치하며 주목받고 있다. 퍼스트라운드캐피털을 주축으로 한 이번 투자에는 Y콤비네이터, 리퀴드2벤처스 등도 참여했으며, 이는 AI 에이전트 전용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블락셀은 기존 웹 서비스 기반의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GOOG),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SFT) 등이 완전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운용하기엔 구조적으로 부적합하다는 점에 착안해 설립됐다. 이 회사의 목표는 AI 에이전트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구축된 새로운 ‘에이전트 중심’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다. CEO 폴 시나이(Paul Sinaï)는 “현재의 클라우드는 웹2.0과 SaaS 시대에 최적화돼 있지만, 이제는 인간 개입 없이 작동하는 AI 시스템을 위한 클라우드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기술이 기업의 고객 응대, 워크플로우 자동화, 데이터 분석 등에 활용되면서, 다양한 API와 모델, 지식 베이스들을 실시간으로 연결해야 하는 AI 에이전트의 특성상 기존 클라우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블락셀은 AI 시스템이 직접 제어할 수 있는 인프라를 지향하고 있으며, 25밀리초 이내에 부팅 가능한 가상머신, 자동 확장 기능, AI 전용 API를 지원한다.
특히 이 회사는 이미 글로벌 16개 리전에 걸쳐 수천만 건의 에이전트 요청을 처리해왔다. 한 고객사는 수백 억 분량의 사용자 세션 리플레이를 분석하고 제품 행동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해 블락셀의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AI 기반 서비스가 얼마나 방대한 컴퓨팅 자원을 요구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블락셀의 경쟁력은 창업 멤버에도 있다. CEO인 시나이를 포함한 6명의 공동창업자는 과거 공동으로 빌드한 회사를 유럽 최대 클라우드 사업자인 OVH클라우드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이들이 개발한 솔루션은 OVH의 애널리틱스 제품군 전반을 구성하게 됐다. 이들의 전문성은 인프라 설계, 개발자 도구, 플랫폼 엔지니어링 등 빅테크와 정면승부 가능한 기반이 된다.
AI 전용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은 신생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기존 빅테크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는 각축지다. AWS가 시장점유율 약 33%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모달, 리플리케이트, 런팟 등도 AI 워크로드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블락셀은 모델 추론이나 학습보다는 ‘AI 에이전트를 위한 인프라’라는 틈새 지점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이 제공하는 세 가지 핵심 구성은 에이전트 서버리스 API 호스팅, 외부 도구 연결을 위한 MCP 서버, 다양한 모델을 통합 접속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다. 이는 AI 모델이 무작정 높은 성능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태에 따라 리소스 소모가 다양하게 변화하는 특성에 대응하는 설계다.
기업 보안 측면에서도 블락셀은 SOC2 및 HIPAA 등 주요 인증을 확보한 상태다. 규제 강도가 높은 산업군을 겨냥해 데이터 거점 지역 제한 기능도 도입했다. 예를 들어, 특정 AI 에이전트가 미국 내 서버에서만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정책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이에 해당한다. 시나이 CEO는 “초기 스타트업들도 곧 기업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견고한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격 정책은 종량제 기반으로 전환해 고객 효율도 높였다. 과금은 AI 에이전트가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에만 발생하며, 평시 대기 상태에서는 리소스를 자동으로 회수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 고객사의 경우 기존 서버리스 대비 비용을 최대 50%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시장 전망도 밝다. 가트너는 2028년까지 애플리케이션의 75%가 AI 에이전트를 포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초기 시장에 불과하며, 블락셀은 이 시기를 선점하고 성장 궤도에 오를 전략이다. 초기엔 소프트웨어 중심 확대에 집중하고, 이후 하드웨어 및 데이터센터 수준의 세부 최적화로 진화할 계획이다.
향후 기능 강화 로드맵에는 에이전트 실험용 ‘스냅샷 포크’ 기능, 장애 자동 복구, 대규모 운용을 위한 최적화 기능 등이 포함됐다. 시나이는 “앞으로 수천억 개의 에이전트가 등장할 것이고, 기존 인프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완전히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을 위한 기반을 우리가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에는 Y콤비네이터와 퍼스트라운드 외에도 트랜스포즈 등 엔젤투자자들이 참여했다. AI 에이전트가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운영으로 옮겨가는 시점에서, 블락셀의 전용 인프라 전략은 새로운 클라우드 경험을 요구하는 시장의 요구를 정확히 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