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질문 따라 모델 자동 선택… ChatGPT '라우터'로 진화 가속

| 김민준 기자

오픈AI가 개발 중인 새로운 '라우터' 기능이 ChatGPT 이용 경험의 패러다임을 바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기능은 사용자가 질문이나 요청을 입력하면, 이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모델을 자동으로 선택해 응답하도록 설계됐다. GPT-4o부터 GPT-4.5, GPT-4.1-mini까지 다양한 모델 중 어떤 것이 적합한지 수동으로 선택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제는 AI가 직접 판단해 가장 적절한 모델을 골라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현재 유료 구독자들에게 제공되는 GPT 기반 모델만 해도 7종에 달하며, 각각 수학, 과학, 코딩, 글쓰기 등에서 강점이 다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이와 같은 전문 정보를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Ro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오픈AI 내부 연구원은 "이 기능은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사용자가 GPT-4o-mini 같은 부적합한 모델에 갇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능 도입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AI의 효율성과 활용도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 현장처럼 정밀하고 정확도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어떤 AI 모델을 활용하느냐가 결과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된다. 이런 맥락에서 자동 라우터는 단순 편의 도구를 넘어 생명과 직결된 판단을 돕는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Yuchen Jin 하이퍼볼릭 랩스 CTO는 "GPT-5는 여러 모델의 결합형으로, 사용자의 요청 성격에 따라 라우팅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GPT-6도 이미 훈련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지며, 차세대 모델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자연스럽게 AI 대중화에도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ChatGPT는 월간 5억 명 이상의 활성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특정 작업에 적합한 모델 선택법을 모르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라우터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사용자는 복잡한 선택 과정 없이도 고성능 응답을 받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업무 효율성 향상은 물론, 기업 차원의 AI 도입 속도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제 AI는 단순 보조수단에서 벗어나, 상황에 맞는 '최적화된 지능'을 공급하는 지능형 조력자로 진화하고 있다. 오픈AI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기술 개발이 이미 실험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징후는 충분하다. 과도한 선택지 속에서 사용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이 라우터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AI의 사용성과 신뢰도는 한층 더 끌어올려질 것이다. AI가 단순히 많은 답을 아는 존재가 아니라, 어떤 답을 언제 써야 하는지 아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