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한복판에서 촬영된 최신 에피소드 ‘더큐브 팟(theCUBE Pod)’에선 최근 기술·정책·금융의 3가지 조류가 실리콘밸리의 투자지형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기업용 인공지능(Enterprise AI) 열풍,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암호화폐 시장 유동성, 그리고 워싱턴의 전방위적 규제 완화 기조가 맞물리며, 산업 전반에 동시다발적인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번 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AI 정책 행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AI 액션플랜이 공개되면서 기술산업의 규제완화 청사진이 본격화됐다. 이 자리에서 벤처투자자이자 '트럼프의 크립토 차르'로 불리는 데이비드 색스는 행정부의 디지털 경제 로드맵을 소개하며, AI와 암호화폐가 이번 행사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음을 암시했다. 이에 대해 더큐브 공동 진행자 데이브 벨란테는 "역사적으로 규제 완화는 금융 위기를 초래해 왔다"며, 과거 저축대부조합 파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을 경고사례로 언급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변곡점도 두드러진다. 펀드스트랫 공동창업자 톰 리는 더큐브와의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버뮤다 달러보다 더 안정적"이라며, 현재 시장에 쌓이고 있는 암호화폐 수익 구조를 강조했다. 자체 운용 펀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연간 수익 규모만 약 1억 달러(약 1,440억 원)에 달한다고 그는 전했다. 월가에서조차 암호화폐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IPO(기업공개) 시장도 조심스럽게 다시 열린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약 2,000명 규모의 초청 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이 밖에도 반도체 기업, 암호화폐 플랫폼 등 여러 유니콘 기업들이 상장 대열에 조만간 합류할 것으로 보이며, 일각에서는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관련 논의도 되살아나고 있다.
기업실적에서도 AI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 클라우드는 전년 대비 약 35~40% 매출 증가를 기록했으며, IBM은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연간 잉여현금흐름 가이던스를 135억 달러(약 19조 4,000억 원)로 상향 조정했다. 아마존 클라우드는 17% 성장률을 보였고, 서비스나우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실적을 내며 AI 기반 수요 확장을 증명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이 또다시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시장의 우려를 샀다. 대규모 감원에 더해 아리조나 팹 건설비용이 대만 TSMC 대비 30~40%가량 높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전문가들은 "엔비디아(NVDA)가 사실상 새로운 인텔"이라며 GPU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한 젠슨 황 CEO의 전략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AMD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CEO 리사 수가 이끄는 AMD가 ‘숨은 복병’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너지 공급은 AI 확장성의 최대 제약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젠슨 황은 "AI 경쟁에서 승패를 가를 요소는 전력"이라고 강조했으며,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NATO의 재정렬을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의료·생명과학 분야 또한 AI의 수혜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큐브가 최근 개최한 메드테크 이벤트에서는 바브슨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혁신 혈액검사 기술이 주목을 받았는데, 이 기술은 단 한 방울의 혈액으로 93% 적은 양을 사용하면서도 정밀한 진단을 가능케 한다. 디지털 진단, 의료용 로봇, 엣지 컴퓨팅이 융합되며, 헬스테크 시장 전반이 실시간으로 AI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FT), 메타(META), 아마존(AMZN), 이어서 퀄컴(QCOM), 삼성전자, ARM 등 테크 대기업 실적발표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한편, 미국 보안 컨퍼런스 블랙햇 개막과 함께 중국 해커조직의 쉐어포인트 취약점 악용 사례도 포착돼, AI와 보안 이슈가 다시 충돌할 조짐도 있다.
지난해 경기침체 공포로 시작된 시장은 어느새 투자 붐으로 전환되고 있다. 물론 과도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 규제 완화의 후유증, 에너지 병목, 지정학 불안, 반도체 공급 문제 등 여전히 곳곳에서 리스크는 존재한다. 하지만 AI가 약속하는 생산성 혁명이 현실화된다면, 앞으로의 경제풍경은 지금보다 훨씬 역동적인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