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광범위한 수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불과 2년 만에 오픈AI(OpenAI)의 제품을 사용하는 인구가 10억 명에 육박할 정도다. 실리콘밸리의 전형적인 전략처럼, AI는 뛰어난 품질과 낮은 비용을 무기로 사람들을 빠르게 끌어들이고, 결국 그 경험을 통해 막대한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처럼 AI는 인간의 인지적 작업을 대체하거나 가속화하는 인지적 지름길을 제공함으로써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AI가 반복적이고 기초적인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중요한 결정까지 맡기게 되고,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사고 능력과 직업적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3년 3월 처음 대화형 AI인 챗GPT(ChatGPT)를 활용해본 이후, 많은 사용자는 이제 이를 일상 업무의 필수 도구로 의존하게 됐다. 그러나 반복되는 사용은 사고의 필요성을 줄이고, 점차적으로 비판적 사고 능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카네기멜런대학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 사용자는 AI의 출력을 신뢰할수록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나타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용자가 AI의 잘못된 결과를 식별할 자신이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과신은 사실 확인 과정을 생략하게 만들고, 결국 인지적 훈련이 빈약한 사람을 양산하게 된다.
앞으로의 인지 노동 시장은 AI의 출력에 수동적으로 의존하는 AI 탑승자(passenger)와 AI를 철저히 관리하며 방향을 설정하는 AI 운전자(driver)로 나뉠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는 탑승자가 시간과 효율 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창성과 사고력을 바탕으로 AI를 통제할 수 있는 운전자가 경제적 부를 독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AI 운전자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먼저, 자신이 이미 잘 아는 분야에 AI를 활용하고,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AI에게 단순한 정답을 묻기보다 컨텍스트와 제약조건, 여러 선택지를 함께 제시하며 '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AI의 초안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직접 생각하고, 궁극적 결정은 자신의 책임 하에 내려야 한다.
AI와 같은 신기술은 도구이지, 인간 사고를 대체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다. 결국 핵심은 도구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용자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무조건적인 편의성을 좇다가 생각하는 힘을 잃을지, 아니면 AI를 활용함으로써 사고 능력을 확장하고 강화할지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AI를 쓸 것이냐?"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어떤 종류의 AI 사용자로 살아갈 것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