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직원’ 등장… 라이터, 자율 실행형 슈퍼 에이전트로 오픈AI에 도전장

| 김민준 기자

엔터프라이즈 중심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라이터(Writer)가 자율 실행력에 초점을 맞춘 '슈퍼 에이전트'를 선보이며 AI 업계의 경쟁 구도에 전면 등장했다. 29일(현지시간) 라이터는 다양한 기업용 플랫폼에서 수백 가지 비즈니스 과제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액션 에이전트(Action Agent)’를 출시하며, AI 도구가 단순한 조언 제공을 넘어 실제 실행 단계까지 진입했음을 알렸다.

CEO 메이 하비브는 이번 제품의 핵심 차별점을 "다른 AI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준다면, 액션 에이전트는 그것을 실제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복잡한 보고서 작성, 웹 탐색, 코드 작성, 프레젠테이션 제작, 그리고 부서 간 협업 등 대부분의 지식 기반 업무를 완전히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라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MSFT)의 코파일럿, 오픈AI의 챗GPT와 직접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번 런칭을 통해 규제가 엄격한 금융·헬스케어 산업을 포함한 대기업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사전 설계된 보안 시스템, 감사 추적 기능 등 엔터프라이즈 수준의 통제를 바탕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라이터의 제품은 AI 자동화의 최상위 개념이라 할 수 있는 ‘레벨4 오케스트레이션’ 수준에서 동작한다. 이는 단순 반복 작업 수준에 머무는 기존 AI와 달리, 필요 시 자체 도구를 생성하고, 타 시스템과 연동 작업을 지시하며, 목표를 향해 일련의 고도화된 프로세스를 주도적으로 완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제품 분석 요청 시, 해당 에이전트는 웹 리뷰 수천 건을 수집·분석하고 통계 기반 인사이트를 도출해 자동으로 발표 자료를 작성하는 식이다.

이러한 기술력은 성능 지표에서도 증명된다. 액션 에이전트는 AI 에이전트 성능을 검증하는 GAIA 레벨3에서 61%의 정확도를 기록하며 오픈AI의 '딥 리서치'를 포함한 경쟁 시스템들을 압도했다. 또 웹 브라우징 및 컴퓨터 사용 관련 기준인 CUB 벤치마크에서도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라이터가 자체 개발한 팔미라X5 모델의 역할이 크다. 해당 모델은 최대 100만 토큰이라는 방대한 컨텍스트 윈도우를 활용해 수백 페이지 문서를 일관되게 처리할 수 있다.

라이터의 또 다른 경쟁력은 소비자 중심의 AI와 달리 기업용에 최적화된 보안과 통제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현재 액센츄어, 퀄컴, 우버, 세일즈포스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고객으로 참여 중이며, 엄격한 규제를 요구하는 대형 기관들과도 신뢰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감사 가능성과 투명성은 금융 및 제약·의료 영역에서 핵심인데, 라이터는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어떤 결정을 내렸고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는지를 세밀하게 추적·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액션 에이전트는 총 600개 이상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되며, 사용자 단위뿐 아니라 개별 에이전트까지 세밀한 권한 관리가 가능하다. 예컨대 어떤 에이전트는 슬랙에 메시지를 게시할 수 있지만 삭제는 불가능하도록 제한할 수 있다. 이는 최근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표준을 활용한 보안성 확보 작업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존 고객에게 액션 에이전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은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 고객에게 불확실한 사용량 기반 과금 모델은 부담이 크기 때문에, 명확한 예산 책정이 가능한 고정 요율 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이는 효율적인 모델 설계 전략에 근거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라이터는 오픈AI가 비슷한 규모의 모델을 훈련하는 데 약 460만 달러(약 66억 원)를 소요한 반면, 자사의 팔미라X4는 70만 달러(약 10억 원) 수준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은 현재 580억 달러(약 83조 5,000억 원) 규모에서 2027년까지 두 배에 달할 전망이며, 라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GOOGL), 오픈AI 등과의 경쟁에서도 엔터프라이즈 전용성이라는 틀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 라이터는 2024년 시리즈C 투자 라운드에서 1억 달러(약 1,44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19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로 끌어올렸다. 세일즈포스 벤처스, 어도비 벤처스, IBM 벤처스 등 전략적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해 시장 관심을 입증했다.

AI 기반 기업 자동화의 확대는 단순한 업무 효율 향상을 넘어서 조직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업무 환경이 점차 인간 중심에서 에이전트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각 직원 옆에 하나의 AI 에이전트가 배치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라이터 내부에서도 이전에는 인력 부족으로 착수하지 못했던 프로젝트들도 에이전트의 도움으로 70~90% 수준까지 우선 구현됨에 따라, 기획자들의 생산성과 기회의 폭이 크게 넓어졌다고 회사는 전했다.

우버와의 협력을 통해 임상시험 선정, 증권 분석, 인재 검토 등 실제 업무 시나리오에서 에이전트를 테스트하고 개선한 것도 이번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특히 데이터 수집과 품질 관리에 강점을 보인 우버의 AI팀이 라이터에 실질적인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기술을 현장에 맞게 고도화할 수 있었다.

향후 라이터는 핏치북, 팩트셋 등 80여 개의 외부 데이터 플랫폼과의 통합을 준비 중이며, 액션 에이전트를 기존 고객 대상으로 즉시 베타 제공하고 신규 고객에게는 14일간 무료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에이전트 중심의 작업 환경 전환은 이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비즈니스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제품 책임자 셰트릿은 이를 "희소성에서 풍요성으로의 전환"으로 표현하며, 앞으로는 모든 조직이 수십 개의 인간 및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플릿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새로운 시대에서 우위를 점할 기업은 단순히 도구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인력과 유기적으로 조율해 조직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운영 전략을 갖춘 곳일 것이다.